우리 모두의 '오버 더 레인보우'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아시아 성소수자 합창 페스티벌이 열렸다. 2015년 대만에서 열린 합창제에 이어 두번째였다. 한국, 대만, 중국 등에서 8개 성소수자 합창단이 참여했다. 둘째날에는 짧은 거리행진이 있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시위대와 마주쳤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성소수자들에게 폭력과 함께 "문재인도 너희 편이 아니다"라는 말을 던졌다.

2017-06-08     한가람
ⓒ핸드인핸드 서울 2017

성소수자 군인이 색출당하고 구속되고 처벌되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기획수사를 통해 유례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었다. 군대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은 법률이었다. 군형법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여기서 말하는 '추행'은 '성추행'이 아니다. '추한 행위'로서의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다. 구미(歐美)의 동성애 처벌법 '소도미법'을 군대에만 들여온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3000여명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14)에서는 군대, 정부, 국회, 사법부가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고 느낀다는 응답자가 각각 86.9%, 83.1%, 81.9%, 75.1%라고 보고했다. 사적 영역에 속하는 기업(74.1%), 학계(65.1%), 언론매체(65.0%)에 대한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같은 연구에서,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한 성소수자들 중 경찰서 등에 신고한 비율은 5%밖에 되지 않았다. 성소수자에게 국가는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의 주체였다.

국가가 이러할 때, 정치의 장은 제대로 작동되어야 했다. 정치인들은 인권의 후퇴를 바로잡고, 비판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기 동안, 누가 핍박받는 소수자들의 편에 섰는가. 촛불광장이 열린 것은 그러한 정치의 장을 제대로 열라는 시민의 요구였다. 성소수자들 역시 촛불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촛불광장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차별 없는 나라를 요구하는 무지개 깃발들이 휘날렸다. 그러나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조기 대선에서, 성소수자들은 또다시 배제를 경험해야 했다.

"무지개 너머 저편"

지난 주말(6월 2일~4일) 서울에서는 아시아 성소수자 합창 페스티벌이 열렸다. 2015년 대만에서 열린 합창제에 이어 두번째였다. 한국, 대만, 중국 등에서 8개 성소수자 합창단이 참여했다. 둘째날에는 짧은 거리행진이 있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시위대와 마주쳤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성소수자들에게 폭력과 함께 "문재인도 너희 편이 아니다"라는 말을 던졌다.

"어딘가 무지개 너머 저편, 언젠가 꿈속에서 스쳐갔던 그곳." 무지개 너머 꿈속에서 그리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대한민국 수도에서 한국과 대만의 성소수자, 그리고 '태극기집회'가 만난 이 장면과 「오버 더 레인보우」를 합창하던 이 순간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다시 묻게 한다. 이 당면한 물음에 누가, 어떻게 답할 것인가.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