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2가 있는 오락실이 서촌에 생긴다

2015-05-22     김병철

설씨는 그때의 용오락실을 “모르는 누구라도 옆자리에 앉아 100원을 넣고 ‘무언의 대결’을 신청하면 어깨를 맞대고 게임할 수 있었던 공간, 돈 한푼 없이도 뒤에서 구경하며 즐겁게 친구를 사귄 공간, ‘아그들’을 좋아하는 주인 할머니가 구경만 하는 아이들에게 가끔씩 100원짜리 동전을 쥐여주던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했다. 용오락실은 한때 10여곳의 청소년 전자오락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서울 옥인동·체부동·효자동 등 서촌 일대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다 2011년 문을 닫았다.

4년 전 문을 닫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용오락실 입구.

서촌이라는 공간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서촌라이프> 발행인이기도 한 설씨는 21일 “어릴 적 용오락실 주인 할머니를 보며 오락실 주인의 꿈을 가졌다”고 했다. 용오락실 할머니는 1988년 오락실을 인수한 뒤 부업으로 옷 수선을 하며 아이들을 맞았다고 한다. 33㎡ 남짓한 공간에는 최신 게임도 많지 않았지만 ‘돈 뺏는 나쁜 형들’을 할머니가 내쫓아준 덕분에 동네 아이들은 큰 오락실 대신 작은 용오락실을 찾았다고 한다. 청소년 오락실이 피시방에 자리를 빼앗기고 하나둘 ‘파친코’ 같은 성인오락실로 변해 갈 때도 할머니는 아이들을 위한 청소년 오락실을 고집했다.

용오락실을 복원해 23일 문을 여는 옥인오락실의 주인 설재우씨가 ‘철권’ 게임을 하고 있다.

2011년 가게를 처분하고 고향에 내려간 주인 할머니의 모습은 이제 오락실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옥인오락실의 목표는 ‘용오락실 할머니의 마음 복원’에 있다. 설씨는 “할머니는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배려로 오락실을 유년 시절 나의 천국으로 만들어줬다. 동네의 색을 잃고 특색 없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차고 있는 서촌에서 그 시절 용오락실처럼 웃고 떠들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오락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오락실 위치]

2015.5.22 | 지도 크게 보기©  NAVER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