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의 '사드 보고 누락'은 노무현정부 시절과 닮았다

2017-06-02     박세회

군 당국은 노무현 정부 때도 ‘작전계획(작계) 5029’ 보고 누락, 서해 남북 간 통신내용 은폐 보고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이들 사건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방부의 보고 누락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크게 역정을 낸 것은 당시 경험을 되새기며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고삐를 죄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당시 참여정부는 ‘북한 내부에서 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전시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미군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군사계획인 ‘작계’로 만들면 한미연합사령관(미군)이 주관하게 된다. 작계 5029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김영삼 정부 이래 모든 정부는 이런 점 때문에 작계 5029 작성을 한결같이 반대했다.

2004년 7월엔 서해상 남북 간 총격사건 허위·은폐 보고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자, 남한 해군이 경고사격을 한 것이다. 당시 합참은 “북한 경비정에 경고방송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아 사격을 했다”고 언론에 발표했고, 청와대에도 그렇게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조사를 벌였다. 불과 한 달 전인 6월 남북이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에 합의하고도 이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를 ‘기망보고’로 판단하고 조사에 들어가자, 당시 군 정보 최고책임자였던 박승춘 합참 정보본부장(중장)은 남북 교신 내용과 통지문 등 특수정보를 몇몇 언론에 유출하며 군의 대응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상 ‘항명’을 주도했다. 박 본부장은 기밀 누출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 사건은 청와대와 군의 대립으로 비치면서 노무현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