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권고함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다. 황 장관은 '취업이 학문보다 우선하며, 취업을 중심으로 대학을 바꿔야 한다'는 기발한 신념을 피력하고 다니는 '취업대학론'의 전도사다. 황 장관이 이처럼 대학정책에서 취업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데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기업의 탐욕으로 야기된 청년실업 문제를 대학에 전가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이참에 비판적인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대학에서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2015-03-09     김누리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2월 25일 서울역에서 신창으로 출발하는 열차 안에서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및 학부모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다. 황 장관은 '취업이 학문보다 우선하며, 취업을 중심으로 대학을 바꿔야 한다'는 기발한 신념을 피력하고 다니는 '취업대학론'의 전도사다. 그는 지난달 '산업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지정하여 3년간 7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사실상 기업의 인력생산기지로 바꾸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중앙대의 충격적인 개편안은 교육부의 '취업대학화' 전략에 선제적으로 부응한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와 황 장관의 관계는 예사롭지 않다. 황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방문한 대학이 중앙대였고, 중앙대의 개편안이 나오자마자 "시대 흐름에 맞는 실험적인 시도"라고 맞장구치며 반긴 것도 황 장관이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중앙대 사태'의 본질은 대학을 기업의 하부기관으로 만들려는 황 장관이 한국에서 가장 기업화된 대학을 앞세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 취업 중심으로 대학이 재편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의 학문적 수준은 더욱 저하될 것이고, 사회는 비판적 성찰 능력을 상실한 결과 불평등과 불의가 더욱 자심해질 것이며, 지도적 인재와 사려 깊은 시민을 길러내야 할 대학의 사명은 망각될 것이다. 요컨대 학문과 교육은 실종될 것이고,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한국 대학을 전대미문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황우여 장관은 이쯤에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본업인 정치로 복귀하기를 권고한다. 그것이 황 장관 개인에게나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