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남성 간부 2명이 2년간 저지른 성희롱이 폭로되다

2017-05-31     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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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팀장급 간부 2명이 지난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3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간부 2명에 대한 징계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50대 남성 간부 두명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임형준 한은 부총재보는 “목격자가 없는 등 직접적인 증거가 다소 부족하고, 일부 내용에 대해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이 신고한 내용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 입수한 한은 내부 조사서와 신고인 및 주변인 진술서를 보면, 가해자들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에 걸쳐 ㄱ씨에 대해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은 지역본부에 입사한 ㄱ씨는 같은 본부 남성 간부들의 언어적 성희롱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중 한명인 ㄴ씨는 과일을 깎고 있던 ㄱ씨에게 “껍질을 까는 것이냐, 벗기는 것이냐” “여자들은 원시시대부터 과일을 채집해 까는 것을 잘하고 남자는 벗기는 것을 잘한다. (그런데) 너는 왜 껍질을 잘 못 까느냐”고 말했고, 옆에 있던 또다른 가해자인 ㄷ씨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며 웃는 등의 성희롱 행위가 진술서에 빼곡히 담겨있다.

“나이답지 않다. 막내라면 비서처럼 통통 튀는 매력이 필요하다. 노력하라”고 말하는가 하면, 퇴근길에 자신들의 차를 함께 타지 않겠다고 한 ㄱ씨에게 “○○(지역) 출신이라 쓸데없는 자존심만 높다. 자존심 좀 낮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징계위에 회부된 ㄴ팀장은 올초 정기인사로 한은 본점에서 근무 중이며, 또다른 가해자인 ㄷ팀장은 아직 피해자와 함께 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ㄱ씨가 퇴사를 결심할 만큼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4월 신고하는 게 좋겠다는 동기들의 조언을 듣고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것으로 안다”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토양이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