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역설

사회생활을 경험한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으면서도, 막상 할 일이 없으면 낙오자가 된 듯 뭘 할지 모르고 다른 '일'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며 찾아간 템플스테이마저도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이느라 바쁘다.

2017-05-24     행복공장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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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10] 감옥의 역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독방 감옥을 찾아 들어간다니......' 내가 1박 2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 지인들에게 내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첫 반응은 모두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의문 그대로.

그래도 감옥은 감옥. 오후 2시 수감 후 밖에서 잠그는 시건 장치 소리, 문 아래 달린 배식구를 통해 전달되는 두 끼의 식사, 휴대폰을 포함한 일체의 사물금지, 특히 감옥에서도 수감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독방'이라는 사실은 이곳이 감옥 밖과는 다른 공간임을 분명히 해준다.

압박감을 예상했던 밀폐된 독방 안에서 감옥 밖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이 역설은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독방 한 구석에 낙서처럼 써놓은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명언,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물러 있는 방법을 모르는데 기인한다'. 그의 명상록 '팡세'에 있는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와 맥을 같이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신이 채우고 있는 공간과 욕심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하는 사유(思惟)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사유로부터 개인의 도덕이 완성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사회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요즘은 웬만한 산을 가도, 둘레길을 가도 땅을 밟기 보다는 시멘트길과 나무데크길만을 디디다가 오기 마련이다. 홍천에 있는 이 감옥을 가면 입실하기 전에 행복공장에서 제공하는 마지막 '사식'을 먹고 홍천강 지류의 한자락을 땅을 밟고 도는 산책의 맛을 보너스로 누릴 수 있다. 하루 종일 하늘을 나는 새만큼도 땅을 밟지 않는 우리들에게 폭신한 땅을 디뎌보고 느껴보는 호사 아닌 호사이다.

글 | 김병철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