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샅이 뒤져도 여성 임원 대상자가 없다고 말하는 기업들

문재인 정부의 여성할당 공약에 공기업들이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샅샅이 뒤져도 대상자가 없다"고 말한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닐 수 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소위 '승진코스'란 게 존재한다. 임원은 한 업무만 파악해서 일처리를 할 수 없기에 순환보직을 돌고 여러 업무를 파악한다. 소위 이 코스를 밟아야만 임원의 '후보'가 될 자격을 얻는다. 명시적인 것은 없을 테지만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2017-05-18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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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기사에서 말하듯, 여성은 채용에서부터 차별을 받아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질 좋은 일자리 중 몇몇 특수한 직군이나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걸 뚫고 힘들게 입사한 여성들은 또 다른 여러 과제를 맞닥뜨린다. 경력단절을 이겨내기 위해 '슈퍼맘'이 되든지 아니면 결혼을 포기하든지 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대부분 남성인 상사들이 그 여성을 '키워줄'리 만무하고 승진코스를 제대로 밟을 확률도 적을 거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여성할당제는 더더욱 필요하다. 이제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된 수치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평등한 조건의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채용에서의 차별을 조금이라도 제거해 유능한 여성인력을 뽑으려 해야 할 것이며, 이 할당제를 위해서라도 경력단절이나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법은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 적이 있다.

"여성과 장애인은 유형 ·무형의 성적 차별 내지 사회적 편견 · 냉대로 능력에 맞는 직업을 구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종래부터 차별을 받아 왔고 그 결과 현재 불리한 처지에 있는 집단을 유리한 처지에 있는 집단과 동등한 처지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98헌마363)

과거 역차별에 관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역차별이라는 것도 사실 근시안적인 관점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사회적 자원을 과점하는 집단이 그 과점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면 그 결과만 가지고 능력을 평가를 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는 특정 집단에 의한 사회적 자원의 과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에서야 비로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많은 차별시정조치들은 '역차별'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잠정적인 조치'라고 불러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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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