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로비에 넘어가지 않고 당당했던 사람 3명

2017-05-18     박세회

왼쪽부터 박창균, 주진형, 김성민.

그들은 학연이나 전 직장 인연 등으로 삼성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삼성의 논리가 빈약하다거나 옳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삼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① 박창균 중앙대 교수

삼성 미래전략실은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장 전 사장이 보낸 문자는 신인석 중앙대 교수(자본시장연구원장)를 삼성 관계자들이 만나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했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은 박창균 교수를 직접 만나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삼성물산 합병 주총을 앞두고 김종중 전 사장을 비롯해 삼성경제연구소 차문중 소장, 이영호 부사장 등과 함께 박 교수를 만나 합병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사장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합병 시너지 효과 등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이야기는 “안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8명 가운데 5명 이상(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 의중이 바깥에 드러나지 않은 박 교수(정부 추천 위원)의 의사가 중요했던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물론 지인을 통한 로비도 박 교수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뜻을 묻지 않고, 자체적으로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②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삼성은 물론 한화의 요청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22개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낸 곳이 주 전 사장의 한화투자증권이었다. 문자메시지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수차례 주진형 사장에게 리포트를 합병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써 달라고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황영기 회장은 월드뱅크에서 일하던 주 전 사장을 2001년 스카우트하는 등의 인연이 있다. 그런 인연에도 주 전 사장은 황 회장의 청을 거절한 것이다.

와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한화그룹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합병 무산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더니,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보고서 때문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사장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는 게 옳다는 추가보고서를 냈더니, 며칠 뒤 김연배 (당시 한화생명) 부회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모른다’고 압박했다.

③김성민 한양대 교수

김성민 교수는 2015년 7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박창균 교수 등 9명으로 이뤄진 전문위원회를 이끌었고, 이듬해 4월 임기를 마쳤다. 임기 도중 에스케이(SK)와 에스케이씨앤씨(SKC&C)의 합병에 대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 전문위원들과 국민연금은 반대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김성민 교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원 박사는 식사 자리에 배석만 했을 뿐 별다른 설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인 기류 속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에스케이의 경우와는 달리,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올리지 않고 직접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를 비롯해 전문위원들 모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