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당선되면 이 '유기견'을 입양하겠다고 한 까닭

2017-05-06     곽상아 기자

의 제안에 주요 대선 후보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5일 오후까지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대선 후보가 유기견 입양 뜻을 밝혔다.

유기견 토리

토리는 온몸이 검은 털로 덮인 소위 못생긴 개다.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철학과 소신에서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가족은 풍산개 ‘마루’와 ‘깜’, 고양이 ‘찡찡이’와 ‘뭉치’를 키우는 등 반려동물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 도그(first dog)는 대통령 가족과 함께 사는 반려견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팔라’, 오바마 대통령의 ‘보’와 ‘써니’ 등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국민에 가까이 다가섰다.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이번 캠페인은 새 대통령이 유기견을 퍼스트 도그로 입양함으로써, 생명 존중과 동물보호 뜻을 확산하자는 취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5일 서울 상암동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동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케어, 동물자유연대, 카라 등 동물단체와 <한겨레>는 검은 털빛 때문에 입양이 안 되고 있는 ‘토리’, 개고기용으로 도살될 위기에 처했다 구조된 진도믹스견(진돗개 잡종) ‘복남이’, 주인의 방치로 인해 뒷발을 물어뜯던 버릇을 가진 ‘뒷발이’ 등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유기견 입양을 제안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개인 사정으로 당장 입양은 불가능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간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4일 전해왔다. 심 후보는 “(동물단체가 추천한) 세 마리 모두 입양하고 싶지만, 하나만 선택한다면 털 빛깔이 검다는 이유로 입양이 안 된 토리를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차이를 인정하지만 차별해선 안 된다는 점을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캠프 관계자는 “대통령이 유기견을 입양해야 한다는 건 심 후보의 오래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동물보호단체 ‘카라’를 방문해 유기견을 보살피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3월19일 경기 고양시의 한 유기견보호소를 찾아 유기견 봉사활동을 벌였다.

에 여러 차례 문의하면서 이번 제안을 가장 신중하게 고민한 후보였다. 10년 넘게 키우던 요크셔테리어 반려견 ‘찡아’가 죽은 뒤에 겪은 슬픔 때문에 이번 캠페인 참가를 선뜻 결정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기견을 입양해 함께 살겠다”는 최종 입장을 지난 3일 전해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반려견 ‘찡아’와 함께 찍은 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지난 4월30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를 방문해 “당선되면 유기견을 입양하겠다. (국민들이) 그 모습을 보면 소중한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쪽은 5일 오후까지 답이 없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퍼스트 도그가 대통령 당선자의 뜻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선물’됐다. 대통령 퇴임 뒤 대다수 개들은 동물원이나 종견장으로 보내지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캠페인은 이런 폐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시민들이 퍼스트 도그를 추천하고 함께 보살피자는 뜻을 담았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입양은 가족을 들이는 것”이라며 “기쁠 때나 슬플 때, 개가 늙어 추해지거나 더이상 뛰어나와 반기지 못하더라도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진짜 가족이 되어주시라”고 요청했다.

후보들이 정치적 효과를 기대해 선심성으로 수락하기보다는 각자 상황을 밝히며 신중하게 입양 의사를 결정한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 후보 동물공약의 진정성을 엿볼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