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1등인 인천국제공항은 '이것'도 일등이다

2017-05-04     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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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연간 승객 5700만명과 화물 270만톤을 처리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일 대통령선거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동안 179만명의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연휴기간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하루를 일할지, 이틀을 일할지, 언제 여행을 갈지 고민하지만,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를 쉴 수 있을지, 이틀을 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밤 <한겨레>가 찾은 인천공항은 여느 때처럼 야간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켠에선 에스컬레이터를 정비하고 다른 쪽에선 전광판을 손보고 있었다. 근무복을 입은 보안경비원들이 순찰을 돌고, 다른 쪽에선 청소카트가 바닥을 쓸어내고 있었다.

이씨는 30여년 전 시골에서 인천으로 올라왔다. 공단 봉제공장 ‘시다’로 일을 시작해 모은 돈으로 남편과 함께 작은 가게를 운영했으나 벌이가 시원찮아 공항에 일자리를 잡았다. 야간수당을 포함해 받는 돈은 월 230여만원. 야간노동을 자처한 것도 돈 때문이었다.

공항에서 수하물관리업무를 맡으며 3조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30대 남성노동자 최성민(가명)씨 바람도 어머니뻘인 이씨와 같다. 미혼인 최씨는 “공항공사의 용역비 제한 때문에 10년 넘게 일한 사람과 신입직원 사이에 임금 차이가 월 10만~20만원밖에 나질 않는다”며 “지금 200여만원을 받고 있지만, 이 돈으로 혼자 살 수는 있어도 결혼을 하고 애를 낳기는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에 대한 책임감은 회사의 비전에서 나오는데 몇년을 일해도 임금이 오를 가망이 별로 없으니 의욕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 세계 1위 공항, 비정규직 84%

환경미화·시설관리는 물론이고 공항청사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특수경비원도, 체크인을 한 뒤 입국장으로 들어설 때 검색을 하는 직원도, 수하물을 비행기까지 옮겨주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직원도, 항공기에서 응급환자나 화재가 발생하면 출동하는 소방대원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 비정규직의 수는 올해 말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하면 1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희망하는 것은 비단 자신들의 처우 때문만은 아니다. 공항 업무의 공공성과, 비상상황에서 초동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간접고용 형태가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지난해 1월 인천공항은 ‘공항수하물종합관리시스템’ 부품이 고장나면서 수십대의 항공기가 지연되는 ‘수하물 대란’을 겪었다. 이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송대철(가명)씨는 “시스템이 도입된 지 16년이 됐기 때문에 고장은 자주 있었는데 2차 하청업체-1차 하청업체-공항공사-항공사 사이에서 제대로 소통이 안 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하청업체가 해결 방법을 제대로 신속하게 말할 수 있는 여건만 됐어도 그 정도까지 크게 번질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노조) 박대성 지부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여야 하고, 특히 공공기관 가운데 수익도 많이 내고 노동자 숫자도 많은 인천공항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임금은 둘째 치고라도, 용역업체 변경 때마다 노동자들이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진짜 사용자 공항공사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96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 대선후보들 “공공부문 비정규직 개선” 공약

직접고용하고,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안전분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한 사례는 결정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천국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항외벽을 청소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부문의 상시 일자리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공부문에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해 고용불안을 해소하겠다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와 경영평가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기준 6만9천여명에 이르는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공약들이다.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쁘고 힘들게 했던 연휴의 마지막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연휴와 대선이 끝나면 이들의 삶은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