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대선] 장애인들이 투표일에 겪는 어려움은 사실 이들이 평생 동안 매일 겪는 어려움이다(영상)

2017-05-02     박수진

장애인유권자들은 이 모든 불편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질문 1. 선거일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다가 링크를 열었는데 약도를 그림 파일로 넣어놓은 거예요. 그러면 제가 (스크린 리더기를 이용해서) 읽을 수가 없으니까 아무 쓸모 없는 정보가 되는 거예요."

"투표 보조용구가 질적으로 좋아진 건 사실인데, 그래도 투표소에서 겪는 어려움의 종류는 같아요. 안내하는 분들이 시각장애 보조용구에 대해 한번에 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보조용구를 요청하면 '그냥 도와줄테니까 몇번 찍을지 말해라' 이렇게 저의 직접투표권을 침해하는 제안을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거절하면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 되고요. 물론 실제로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지만 선거관리원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위 사진)

제가 나올 때까지 안내해주는 게 당연한 건데 그 과정이 편했던 경험이 적다보니까 그렇게 해주신 분들을 만나서 감동 받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몇번 있었죠.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경험이 달라져서 다들 의견이 다른 것 같은데, 제가 페이스북에 불편했다는 글을 올렸더니 동의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았던 거 보면 아직은 원활하기보다 불편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 안승준, 전맹 시각장애, 수학교사 37세

[안승준]

"보조용구 달라면 주시는데 탁상용 확대 독서기가 배치가 안돼있거나 배율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어서 전 투표 때마다 확대경을 준비해서 가요. 현장 상황을 미리 알 수가 없으니까요. 투표소에 따라서 저희한테는 조명이 너무 어두울 때가 있어요. 어두울 때는 개인 휴대폰 플래시 이용하는데, 그것도 준비되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이번 대선 때도 확대경을 챙겨갈 생각이에요."

- 김찬홍, 저시력장애, 컴퓨터 교사 42세

"(현장에서 계단이 많다는 불편한 점을 말해도) 자기 소관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답을 듣기가 어려워요. 사실 거기 있는 사람들 중에 장애인 안내가 자기 소관 아닌 사람이 많죠. 개표하러 왔지 안내하러 온 건 아니라면서 저기 물어보세요, 저기 물어보세요, 그런 식으로도 여러번 돌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고 이렇게 한다는 게 굉장히 불편하죠."

- 박경석, 하반신 장애, 57세, 장애인 인권 운동가

"9년 전에 시설 안에서 투표할 때 내 마음대로 못 찍게 한 적 있어요. 난 이 사람을 찍고 싶은데, 시설장이 저 사람을 찍으라고. 투표함이 시설로 오는데 다 보이는 데서 투표해야 할 때도 있어요. 감독하는 사람이 자리를 비울 때가 있어서. (시설장이 누구 찍으라고 시키면) 다들 불만 있죠. 나도 주관이 있는데, 그런데 뭐 저녁밥 없다, 밥 없다고 하니까. (어떤 시설장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져요."

- 장애경, 뇌병변, 49세, 야학 학생

질문 2. 직접 만들고 싶은 법과 정책

[장애경]

- 장애경

선거 공보물이 점자로 제작되는데, 시각장애인 중에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보다 못 읽는 사람이 훨씬 많거든요. 저시력자들은 글자를 확대하는 보조용구를 많이 사용하니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많이 보고, 저같은 저시력자들은 태블릿PC를 많이 보는데 앱이나 온라인으로 공공 정보를 보여주는 걸 강화하는 법을 만들고 싶어요."

- 김찬홍

[김찬홍]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저는 모든 생산품에 장애를 고려한 장치를 의무화하라는 법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왼손잡이용 기타를 만드는 건, 만드는 사람 머리에 왼손 쓰는 사람은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예요. 알약에 여러가지 색을 넣는 것도 나이 드신 분들이 좀더 잘 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비슷한 건데, 장애에 대한 고려를 하는 부분은 아직 너무도 부족한 거 같아요."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의무로 만들어준다면 그 다음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여타의 복지가 필요 없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대학 특례입학제도 같은 것이요. 교육 현장에서 시각장애 없는 학생들과 같은 교육 받을 수 있게 만든다면 특례입학은 필요 없는 거죠. 장애인들 핸드폰 요금 깎아주는데 모든 통신사 서비스에 대해 시각장애인도 동등하게 쓸 수 있게 만들면 할인 필요 없고, 기차나 버스, 전기요금, 가스요금 할인도 다 마찬가지죠."

- 안승준

"그런데 기본적으로 투표소는 다 공공장소잖습니까? 가정집에 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원천적으로 생각하면 공공의 모든 장소는 애초부터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하는 원리가 있는 거잖습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 다 무시하고 있다가 투표 때 그런 얘기하고, 반복되고.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돈이 들어가는 문제에서는 회피하고 있죠."

- 박경석

[박경석]

선관위에서는 마찬가지로 지난 총선에 이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선거 안내 영상도 제작했다.(사전투표 안내 영상을 보려면 클릭, 선거일투표 안내 영상을 보려면 클릭)

정당 로고와 후보자의 사진 등 이미지 기호를 삽입하는 한편, 각 당들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는 9일 치러질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인쇄 공보물을 제작하지 않았다. 발달장애 2급 장애인을 감수위원으로 두고 제작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공약집'은 민간단체 피치마켓에서 제작해 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2일 현재 법리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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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상/ 이윤섭 비디오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