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흥분제는 흥분제가 아니다

애초에 처방을 받기도 불가능하지만, 행여 구한다고 해도 먹어봤자 위산에서 분해된다. 근육 주사로 맞는다고 해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차로 맞고 일주일 뒤에 또 맞으면 이틀 뒤에 효과가 나타나는 식이다. 물론 그 효과 역시 성적 흥분과는 거리가 멀다. 배란을 유도하는 기능만 할 뿐이다. 동물병원에서 구할 수 있는 약물 중 사람이 성흥분제 목적으로 쓸만한 약물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요힘빈을 식품 유해물질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절대로 사람에게 써서는 안 되는 약물로 분류된다.

2017-05-02     비온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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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그거 하나만 구해줘라."

"그거 있잖아, 돼지흥분제. 너 구할 수 있잖아. 구해줘."

25년 차 수의사인 이종찬 원장(치료멍멍 동물병원)이 들려준, 일명 '돼지흥분제'에 관련된 에피소드다. 그는 시골로 가끔 진료를 나가보면 아직도 은밀히 돼지흥분제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인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다. 이종찬 원장과 함께 이슈를 짚어봤다.

먼저, 돼지흥분제 혹은 돼지발정제라고 불리는 약물 요힘빈(Yohimbine)은 흥분제가 아니다. 오히려 억제제라고 봐야 한다. 예전부터 요힘빈은 성적으로 흥분된 동물들을 '진정시키는 데' 사용됐다. 특히 돼지들을 교배시킬 때, 날뛰는 수퇘지 혹은 예민한 암퇘지를 차분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해왔다. 실제 약물의 기전도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게 아니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교배할 때 쓰는 약물이니 발정제"라는 착각이 오해로 굳어진 것이다.

또, 애초에 처방을 받기도 불가능하지만, 행여 구한다고 해도 먹어봤자 위산에서 분해된다. 근육 주사로 맞는다고 해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차로 맞고 일주일 뒤에 또 맞으면 이틀 뒤에 효과가 나타나는 식이다. 물론 그 효과 역시 성적 흥분과는 거리가 멀다. 배란을 유도하는 기능만 할 뿐이다. 동물병원에서 구할 수 있는 약물 중 사람이 성흥분제 목적으로 쓸만한 약물은 없다고 보면 된다. 비아그라가 있긴 하나, 굳이 동물 병원에 와서 구입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돼지흥분제를 먹어봤다는 후기 몇 개가 올라와 있다. 경험자들의 반응을 보면 돼지흥분제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글을 제외하면, 흥분되기 시작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흥분제가 아니니 성적 욕구를 일어나게 하거나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부작용에 시달릴 뿐이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