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알파팀에 직접 돈 줬다

2017-05-01     박수진

한겨레21이 국회 정보위원회와 사정 당국 관계자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박아무개씨는 민간 여론 조작 조직 ‘알파팀’이 꾸려진 초기인 2008년 말~2009년 초 이 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의 계좌로 세 차례에 걸쳐 2천여만원을 직접 송금했다. 국정원 직원 박씨는 매월 25일께 자신의 계좌에서 김 대표의 계좌로 500만원, 700만원, 650만원을 각각 송금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은 공무원일 뿐 우익 아니다·경제적 계약 관계다” 

김 대표가 12월 급여를 입금받은 날인 2008년 12월24일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십자군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12월 급여가 예정보다 빨리 집행됐습니다. 첫 급여 지급을 위한 모임을 갖고자 합니다”며 오프라인 모임을 공지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학교 측과 싸우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공무원일 뿐 우익이 아닙니다. 상부의 지시로 팀 구성(건전보수 양성)이 이뤄진 상태이나, 경제적 계약 관계로 생각합니다. (학교는) 수준과 실적 등을 요구하며 피곤하게 합니다”라는 사실을 전했다.

김성욱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후학들의 용돈 마련 및 문장 학습, 둘째 중단될 시 후속 사업 불가(지속적 지원 등), 셋째 중단될 시 자존심 상처”였다. 김 대표는 “소액이나마 팀원 여러분들에게 고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이 일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A Team 활동은 푼돈이나 벌자는 목적이 아니라, 향후 양성적(陽性的) 사업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청년 보수우파 양성을 위한 Grand Design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급여 액수 두고 국정원과 갈등 빚기도 

2009년 2월 ‘급여’ 지급을 앞두고 김 대표가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들을 보면, 이들 간의 갈등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이 2월 급여를 입금하기 이틀 전인 2009년 2월23일 김 대표가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학교 측 견해”라며 “1. 며칠간 전교조 학력평가 거부 비판에 주력한다. 2. 주어진 주제 외에는 가급적 쓰지 않는다. 3. 글 게재 건수가 너무 적다”는 국정원의 전달 사항이 하달된다.

고료가 입금된 직후인 2월28일 팀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김 대표는 “이번 달은 학교 측에서 게재 건수 부족을 이유로 고료를 상당폭 감액했습니다. 또 베스트로 올라가지 않은 글도 감액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팀원들이 지급받은 고료 역시 불가피하게 조정됐을 것”이라고 알린다.

흥미로운 것은 알파팀과 이들에게 돈을 송금한 국정원 직원 박씨와의 관계다. 박씨의 활동은 단순히 자금 지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박씨는 알파팀과 국정원 간의 오리엔테이션 자리에도 참석하고, 국정원이 알파팀에 영상 채증 장비를 나눠주며 교육한 장소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직원 박씨의 알파팀 관리가 매우 직접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고리는 또 있다. 김성욱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전자우편을 ‘FW’(포워딩) 형태로 알파팀에 전한 전자우편에 국정원 직원 박씨의 존재가 드러나 있다.

이 가운데 2009년 1월22일 보낸 전자우편 ‘FW:불법시위 현장 동영상 링크하는 방법’은 김 대표가 박씨로부터 받은 전자우편을 그대로 알파팀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박씨는 김 대표에게 “아래의 것을 HTML 편집기를 통해서 사용하시면 불법시위 현장 관련 영상이 첨부됩니다. 활용 바랍니다”라며 동영상 링크를 첨부했다.

이에 대해 전직 알파팀원은 “김성욱 대표를 비롯해 알파팀 내부에 기술적으로 컴퓨터 활용에 밝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동영상 편집이나 프로그램 활용이 가능한 멤버는 2명뿐이었다”고 증언했다. “김 대표가 기술적 부분과 관련한 내용을 국정원에서 받으면 직접 전달하곤 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직원 박아무개씨가 알파팀 리더 김성욱에게 보낸 전자우편.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김성욱 대표와 알파팀의 관계다. 2월 급여를 수령한 뒤 김 대표는 “master(김성욱)는 본인이 수령할 금액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팀원들이 지난달에 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조정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겼음을 이해하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한겨레21의 확인 결과, 1월과 2월 김 대표가 받은 금액은 50만원 차이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알파팀원들은 김 대표를 전적으로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역시 한겨레21과 통화에서 “국정원의 일부 후원이 있었지만, 사재까지 털어 알파팀을 운영했다. 가만 놔뒀으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글이나 쓸 청년들을 우파적 신념만으로 먹여살린 것”이라고 항변했다.

용산 참사 채증 영상 전달 의혹도 

한겨레21의 알파팀 보도 이후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모여 만든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국정원의 정치 개입 및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실시 요구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본격 수사에 나서야 할 검찰 등 사법 당국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