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딸 주려고 마트에서 분유 훔친 엄마

2015-03-09     강병진
ⓒ한겨레

스리랑카인 ㅁ(42·여)은 2010년 7월 부산에 입국한 뒤 공사장 등에서 일을 하다 같은해 12월 한국인 ㄱ(45)씨와 결혼을 했다.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서 신혼집을 마련한 ㅁ은 남편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고 살다 지난해 딸을 낳았다. ㅁ은 남편이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한달에 200만원가량 가져다 주는 돈으로 다섯 식구의 살림을 꾸렸다.

ㅁ은 지난달 부산 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병원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렀다. 진열장에 있는 분유에 딸아이의 얼굴이 겹쳤다. ㅁ은 가게 직원 모르게 가방에 분유 1개를 가방에 넣은 뒤 밖으로 나왔다.

가게 쪽은 분유의 재고량이 맞지 않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해 ㅁ을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마트에서 분유를 훔친 혐의(절도)로 ㅁ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남편 ㄱ씨가 경찰서로 찾아와 ㅁ을 다그치다 결국 부부가 함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남편이 마트 쪽에 사과하고, 분윳값을 모두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