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마저 뛰어든 '브레인 타이핑' 기술

전세계 뇌공학계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의 깜짝 발표로 연일 들썩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회의 'F8'에서 페이스북은 연구그룹 '빌딩8'을 구성해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향후 그들의 야심찬 목표는 생각만으로 1분에 100단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피부를 통해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2017-04-28     정재승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뇌-기계 인터페이스

60명으로 이루어진 빌딩8팀을 이끌고 있는 레지나 두건 연구책임자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향후 그들의 야심찬 목표는 생각만으로 1분에 100단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피부를 통해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우리 귓속의 달팽이관이 공기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피부를 통해 뼈를 진동해서 직접 뇌로 소리를 전송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골전도 기술을 사용하면 앞으로는 피부를 통해 대화하는 놀라운 통신기술이 가능해진다.

이미 페이스북은 별도의 기계장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다 뇌와 피부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공간에서 뇌가 직접 기계와 소통하는 날이 조만간 찾아올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날 뇌와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조롱받은 '인공해마' 연구 10년의 결실

뇌공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페이스북과 테슬라의 발표는 가슴 설레게 하는 사건이다.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전기신호를 분석해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컴퓨터나 기계를 컨트롤하겠다는 야심찬 주장을 한 지 20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주요 회사들이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과학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황당한 기술로 취급받던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 현실에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뿌듯함 때문이리라.

남부캘리포니아대 신경기술설계센터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인공해마'를 연구해오고 있다. 이 연구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 해마를 인공칩으로 대체해 치매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위키피디아

그런 측면에서 뇌공학은 산업화가 매우 더뎠다. 이렇다 할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 머릿속에 뇌공학 하면 떠오르는 제품이 아직 없다. 알파파를 만들어내어 집중을 높인다는 학습보조기 정도가 사람들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루모시티 외에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해피 뉴런'(Happy Neuron)은 1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국어처럼 제2 외국어를 공부하게 해준다는 로제타스톤사의 '핏 브레인스'(Fit Brains)는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디자인된 두뇌훈련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염력 게임'은 한국 기업이 개발

그러나 몇 해 전 전세계 70여명의 신경과학자들은 이들 게임이 실제로 사람들의 지적능력을 향상시켜주고 두뇌 노화를 막는다는 주장에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들 회사가 노인들의 두려움을 악용하고 있으며, 어떤 연구도 게임이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고 성명서에서 언급했다.

뇌파를 측정해 게임기를 만들거나 실생활에 응용하는 회사들도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만든 뉴로스카이(NeuroSky) 같은 회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간단한 장치로 뇌파를 측정해 분석한 후 이를 통해 마음을 읽어 컴퓨터 게임이나 장난감 등에 접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바로 뒤편에서 뇌파를 측정해 세타파의 크기를 분석한다. 세타파는 4~8㎐ 사이의 뇌파로서, 인간이 집중을 할 때 나오는 뇌파 밴드다. 세타파의 크기가 커질수록 게임기 내의 팬을 더 세게 돌게 하면 그 위에 올려져 있는 공이 떠오르게 된다. 그럼 마치 스타워즈의 한 장면처럼 내가 뭔가 집중을 하면 염력으로 물체를 띄우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뇌파로 조종하는 게임기, 뇌파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통해 집중력 훈련을 한다거나 치매, 뇌줄중 등의 치료에도 활용한다는 것이 이런 뇌파 게임기 회사들의 야심찬 목표이리라. 그러나 뇌파로 조종하는 게임은 오래 흥미를 끌기 어렵다. 우리가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이면 충분히 게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집중을 하거나 머리를 써서 뇌파로 무언가를 조종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이런 게임기가 잘 팔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킬러 아이템이 필요한 형국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산업 선점해야

수많은 예측과 분석 방법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케팅의 영역에서 신생 기업 뉴로포커스가 짧은 시간 내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조사의 한계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의 '소비'라는 결정은 일련의 통계 수치로 변환되기 이전에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마케팅이 제품과 관련된 주관적인 설문조사나 인터뷰에 의존했다면 뉴로포커스 같은 뉴로마케팅 회사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뇌 활동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전략을 택했다.

두뇌훈련 게임 정도가 뇌공학의 최전선으로 이해되고 있는 현실에서 페이스북이나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투자하게 됐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이 기술들이 실제로 상용화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에는 족히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데이터가 곧 생명이며, 데이터를 분석해본 연구자들이 자산이다. 빨리 데이터를 선점하고 연구자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뇌-기계 인터페이스 산업에 뛰어들어 선점효과를 노리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