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과 70살, 사랑은 똑같이 찾아온다

지난 30년 동안 사랑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간결하다. 우리는 영혼만이 아니라 '육체와 뇌'라는 생물학적 기관을 통해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담당하는 뇌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의 활동은 7살이나 70살이나 늘 왕성하고 활기차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랑은 늘 똑같은 설렘으로 찾아온다. 모든 사람들이 '내 사랑은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랑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2017-04-18     정재승
ⓒmatejmo via Getty Images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성장과 사랑

'퍼피 러브'란 청소년 시기의 사랑을 낮춰 일컫는 말이지만, 최근 심리학자들은 청소년 시기의 사랑이 어른들의 사랑과 비교해 결코 가볍게 볼 게 아니며 어른 못지않게 진지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16살도 채 안 된 청소년들의 사랑이 '죽음만이 갈라놓을 수 있는' 진지한 사랑임을 잘 보여주지 않았던가!

때로 그들은 자신이 미래에 '좋은 남편' 혹은 '좋은 아내'가 될 자격이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학교 교육이라는 성적 억압 속에서 그들은 은밀히 어른들의 사랑을 흉내내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짝사랑에 애가 끓고, 배려하며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거절당하는 아픔을 감당하는 법을 배우고,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과 쿨하게 헤어지는 법을 배운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5살도 사랑에 빠진다

미 미네소타대학 심리학과의 앤드루 콜린스 교수는 이 시기에 하는 소꿉놀이는 어른이 됐을 때 근사한 사랑에 빠지고 결혼생활을 잘하기 위해 시도하는 역할극이라고 주장한다. 매우 의미 있는 연습 활동이므로, 그들에게 소꿉놀이를 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학생과 여학생이 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과 내용은 매우 달랐다. 남학생은 좀더 노골적인 언어 표현을 통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며 성적 영역을 넓혀간다. 더 심한 표현, 더 노골적인 표현들을 '시도'해봄으로써 사랑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반면 여학생들은 이 시기에 성적 환상에 깊이 빠진다. 이성에 대한 환상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며 멋진 남자와의 근사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니 이 시기에 여학생을 공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능력과 배려를 갖춘 쿨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력, 재력, 열정 따위는 이 시기엔 안 통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메디컬리서치 연구소에서 5000명의 남녀에 대해 그들의 첫 성관계 시기를 조사한 사례다. 조사 결과 아들의 첫 경험 나이가 아버지의 첫 경험 나이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남자들 중 72%가 아버지의 첫 경험 시기와 일치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오늘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한번 확인해보시라) 그에 비해 여성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노인 뇌에선 무슨 일이?

그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지금도 낯이 뜨겁다. 그때의 기억들을 송두리째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우리는 사랑하는 데 서툴렀고, 상대방을 그다지 배려하지 못했으며, 때론 지나친 성적 욕망에 시달렸으며, 무엇보다 '용기'가 없었다. 왜 우리는 늘 어른이 되고 나서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면서 후회해야만 할까?!

이 영화에서 애틋한 장면 중 하나는 그들의 힘겨운 섹스 장면. 섹스 도중 심박수가 너무 늘어나 심장마비에 걸릴까봐 걱정하고, 혈압 측정 장치의 매뉴얼이 잘 안 보여 안경을 찾는 그들의 모습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안쓰럽지만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은 훼방꾼 키아누 리브스도 막을 수 없다!

노인들의 '사랑'에 대해 연구가 크게 부족한 반면,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은 성관계 횟수가 젊은이들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거나 성생활을 아예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고령자 부부가 성교를 그만두게 되는 나이는 언제일까? 미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평균 68살, 여성은 60살이라고 한다. 또한 기혼남성의 약 60%, 기혼여성의 90%가 '성교를 하지 않게 된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고 응답했다.

노인 성생활의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대학원생 이창근씨가 서울에 거주하는 65살 이상 노인 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19.5%가 현재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며, 빈도는 월평균 1.37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빈도는 한 달에 한 번인 경우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두 달에 한 번(4명), 한 달에 두 번(4명), 한 달에 세 번(2명), 일주일에 한 번(1명), 1년에 두 번(1명) 순이었다. 현재 성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가진 평균연령이 남성의 경우 63.1살, 여성의 경우 57.4살로 전체 평균이 61.3살이었다.

남자 노인 84%가 "멋진 이성에 흥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교수진들은 '왜 당신은 섹스를 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참가한 2000명은 '당신은 성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 56%와 여성 57%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질문의 내용을 약간 바꿔 '당신은 성관계를 충분히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6%의 여성과 68%의 남성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지난 30년 동안 사랑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간결하다. 우리는 영혼만이 아니라 '육체와 뇌'라는 생물학적 기관을 통해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담당하는 뇌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의 활동은 7살이나 70살이나 늘 왕성하고 활기차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랑은 늘 똑같은 설렘으로 찾아온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