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싸우는 사람들 | 세월호참사 3년에 부쳐

언론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 폭로가 상황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를 향한 에너지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다. 지난 4·13총선 결과가 이미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무엇보다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의 집요하고도 전방위적인 교란행위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거리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노란 리본들의 존재는 작지만 뚜렷한 증거였다. 그것은 마치 '내가 당신의 동료임'을 알리려는 간단없는 발신처럼 보였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서로에게 전달되는 무언가가 거기엔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2017-04-16     강경석
ⓒ뉴스1

"나는 당신의 동료였다"

언론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 폭로가 상황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를 향한 에너지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다. 지난 4·13총선 결과가 이미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무엇보다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의 집요하고도 전방위적인 교란행위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거리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노란 리본들의 존재는 작지만 뚜렷한 증거였다. 그것은 마치 '내가 당신의 동료임'을 알리려는 간단없는 발신처럼 보였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서로에게 전달되는 무언가가 거기엔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커져왔고 '동료들' 사이의 이심전심 가운데 더욱 엄연해졌다. 저마다 사연도 사정도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싸운 이들은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이바지의 방식이나 내용이 달랐을지언정 그 크고 작음을 가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더욱 담대한 동행으로

노란 리본은 기다림을 상징한다. 처음엔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음엔 죽어서라도 돌아오길 기다렸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홉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하루빨리 유가족이라도 될 수 있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무정한 바다 곁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따라 인양된 세월호에서 남은 아홉 희생자가 돌아오고 정권이 교체되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만 한다면 우리의 기다림은 끝나는 걸까. 아무래도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기다리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닐 것이다. 흉터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진실을 향한 우리의 동행이 이제부터 더 깊고 담대해져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