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준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 한 해 17조원'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공무원이 꿈인 나라' 경제손실 한해 17조. 이것은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기사화한 어떤 일간지의 기사 제목입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소위 '공시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라는 말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낭비라고 할 수 있는 4대강사업 예산에 필적하는 경제적 손실이 해마다 발생한다는 뜻이지요.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지새우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할까요?

2017-04-07     이준구
ⓒ뉴스1

'공무원이 꿈인 나라' 경제손실 한해 17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소위 '공시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라는 말입니다.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지새우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할까요?

도대체 경제적 비용의 산출 근거가 무엇이기에 그런 어마어마한 수치가 계산되어 나올 수 있답니까?

그 연구에서 채택한 경제적 비용 산출의 근거를 보니 왜 그런 잘못된 분석결과가 나왔는지 금방 알겠더군요.

그들이 계산한 경제적 손실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항목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지금 청년실업이 매우 심각한 상태인데 이들이 일자리를 얻으려 한다고 해서 바로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경제학원론을 배운 사람은 잘 잘겠지만, 실업자라는 것은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데도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청년)실업률은 엄청나게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취업을 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국민소득이 그만큼 커질 수 있을 테니까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도 주지 않고 그들이 일을 하지 않아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그 차액인 1조 6,989억원을 경제적 비용에 추가해 17조 1,430억원이라는 경제적 비용의 수치를 산출해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소비위축으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니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걸 긍정적으로 볼 여지는 있습니다.

경제적 비용이라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로 측정되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와 반대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명백한 경제학적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보통 자본이라고 하면 공장이나 기계설비 같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연상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을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고 부르는데, 인적자본을 더 늘리기 위한 행위가 바로 인적투자입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인적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적투자를 위해 개인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뿐 이를 사회적 비용이라고 볼 하등의 이유도 없으니까요.

여러분들 서울에서 G20회의가 열린 후 여러분을 삶에 눈곱만큼의 변화라도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직하지 못한 정권은 늘 그런 허황된 통계수치로 혹세무민을 하려 들기 마련입니다.

정확한 수치를 계산할 엄밀한 근거도 없이 적당히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수치들이 적당히 얘깃거리 정도로 사용된다면 그저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분석 결과를 보고 정부가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어떤 규제를 실시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겠습니까?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