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이 나면 어떡하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 년에 몇 번쯤은 전쟁상황에 대비하여 민방위 훈련을 경험하게 된다.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거나 정해진 대피소로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은 늘 그것이 최선의 안전인가 의심이 들긴하지만 수십년간 변하지 않은 규칙인 걸 보면 특별이 이의를 제기한 이도 없는 것 같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귀청을 찢을 듯한 사이렌이다. 이 순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우리 학교의 아이들에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소통을 소리에 의지하는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또 하나의 장애, 의사소통의 장애가 발생하는 순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2017-04-07     안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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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제는 친근하기까지한 라디오의 특유한 아저씨 목소리가 나오면 정해진 수칙에 따라 대피훈련을 한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귀청을 찢을 듯한 사이렌이다.

그런데 이 순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우리 학교의 아이들에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랫배 힘 잔뜩 넣고 발성을 끌어올려 대화를 한다면 몇 마디 나누는 것마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으나 실제 전쟁상황에서 인솔교사의 호통과 당황한 아이들의 큰소리들이 사이렌 소리와 경쟁을 벌인다면 그 소리들 중에 우리에게 명확한 정보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해 본다.

그것이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당황과 긴장 흥분 따위의 감정들과 뒤섞여 우리의 대피가 성공할 확률은 몇 배는 더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차분히 지켜보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도 종래에는 정확한 사태파악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한시가 급한 실제상황이라면 정보의 습득이 즉각적이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는 적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방위 훈련도 화재대피 훈련도 지진대피 훈련마저도 아이들에겐 그저 수업 한 시간 빼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깔깔대며 장난치는 그저 즐거운 시간인 것 같다.

온갖 다양한 소리들과 알림방식들 중에서 민방위 훈련이나 소화전은 아직도 그런 소리만 가져야 하는 것일까?

시각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안전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은 평상시에나 전쟁시에나 국가에서 당연히 보장해 주어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임에 분명하다.

첨단이란 이름의 소재들과 설계들이 휠체어 탄 장애인의 대피 방법 하나 만들어 내지 못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피용 엘리베이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르신들을 포함한 이동 약자들의 대피소 접근성 또한 쉽게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국민의 안전보호는 국가가 존재하는 최우선적인 의미라고 알고 있다.

전 국가를 슬프게 하고 전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세월호가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우리의 주변 그리고 우리들 모두 안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곳은 없는지 샅샅이 살피고 고쳐나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