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된 세월호에서 우리가 찾아내야 할 것들

"가족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다짐을 새긴 노란 조끼를 입고 세월호 가족들은 지금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이 투쟁에 부지불식간에 앞장서왔던 가족들은 사실 치유받고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선두에서 더 상처입고 피 흘리지 않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이제 시민사회와 언론과 정치와 국가가 그들의 편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진실과 정의와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마땅히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서약을 실천하는 일이 더욱 간절한 시간이 찾아왔다.

2017-04-06     이태호
ⓒ뉴스1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왜 3년이나 걸렸던가? 거친 물길이나 기술의 한계 탓으로 돌리기엔 석연치 않다. 이 턱없는 지체에는 필경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 부담으로 여겨왔던 권력의 미필적 고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양된 세월호와 괴물의 죽음

3년 전 그날, 모두가 생방송으로 참사를 지켜보는 가운데 국가는 국민을 위험에서 구할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겠노라고 선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사당일 행적은 아직까지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자신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정보원은 인허가와 인테리어까지 일일이 간섭해왔고 심지어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까지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선박임을 명시했었으면서도 세월호의 침몰 소식은 '뉴스를 통해 알았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국가유공자도 아닌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교통사고 난 것에 대해 왜 특혜를 주느냐'는, 있지도 않은 특혜를 비난하는 가짜뉴스가 관변단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된 것도 같은 발상이 야기한 폭력이었다.

세월호 선체가 목포항을 향해 출발한 금요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 확정되었다. 국민과는 무관하게 존재하고 군림하려 했던 권력의 몰락과, 세월호가 미수습자와 희생자 가족에게 돌아온 날이 같다는 것은 설사 우연이라 할지라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온전한 수습과 조사를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미수습자 수습, 침몰원인 등에 관한 선체조사, 그리고 선체의 보존 여부에 대해 독립적으로 '지도·점검·판단'하도록 위임된 이 위원회는 피해자 가족들의 제안으로 국회가 여야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출범할 수 있었다. 이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더라면 조사대상인 해수부가 인양과 수습, 선체의 조사와 처리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미덥지 못한 상황이 초래될 뻔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던 해수부는 선체조사위원들에게는 과거와는 달리 짐짓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 미덥지 않은 정부기구의 고위층들이 박근혜정권의 은폐·방해 행각의 행동부대였다는 사실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양 후 미수습자 수습을 빌미로 세월호를 절단하여 증거를 훼손하려 했고 피해자 가족들의 보존요구에도 불구하고 훼손된 선체를 폐기처분하고자 했었다. 검증되지 않은 절단에 의한 수습 방안을 해수부가 고집함에 따라 조속한 수습을 바라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선체의 온전한 인양과 조사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다른 피해자 가족 간에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었다.

치유와 연대가 더욱 간절한 시간

인양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작동하는 나라는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다만, 죽은 국가의 사체처럼 녹슨 세월호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영혼과 육신, 그리고 진실을 품고 목포신항에 길게 누워 있을 따름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