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정부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안 믿는 이유

2017-04-03     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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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봄철만 되면 논란이 반복되고 정부에서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과에서 연료 연소와 같은 특정한 활동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량의 추정치인 2만여개의 배출계수와 배출 활동이 일어나는 시공간과 강도 등을 파악하게 해주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이용해 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표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배출량의 전부라고 믿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최신 경유차와 비슷한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가솔린직분사식(GDI) 엔진 장착 휘발유승용차, 주로 대형 경유엔진으로 가동돼 적잖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용 차량과 장비, 도로변에서 날리는 비산먼지도 공식 배출량 산정에서 빠져 있다. 지난해 고등어구이 미세먼지 논란으로 조리 중에도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지만, 전국 수만여개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는 과정에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배출량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국가 배출량 통계에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배출량의 비중이 적게는 국내 총배출량의 20%에서 많게는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모델링 전문가인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기여율을 보면 중국이 4, 국내 배출량이 4, 아직 모르는 것을 2 정도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여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결국 북한 영향이 일부 포함된 국내 실제 배출량이라고 보면, 실제 배출량의 30% 가까이가 공식 배출량으로 잡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과거에 서울 미세먼지의 80% 가량이 자동차에서 나온다는 잘못된 배출량자료를 내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의 절반 가량은 배출량에 잡히지 않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환경백서>와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2001년에 31%였던 미세먼지(PM10) 배출량 중 도로이동오염원 기여율은 3년만인 2004년 46.2%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3년만인 2007년엔 23.5%로 급락했다가 2013년엔 10.0%으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차량 등록대수가 일관되게 증가 추세를 이어왔음에도 이렇게 도로이동오염염 기여율이 요동친 것으로 집계된 것은 정부가 그동안 산정됐던 미세먼지 배출량이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출량을 최대한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부분을 찾아내 계속 추가하고, 배출계수를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다양한 자료뿐 아니라 현장 조사를 통해 실제 배출 활동 정도를 확인·검증하는 등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당장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급한 상황에서 배출량 산정의 우선 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2만여개에 이르는 배출계수 가운데 우리나라 상황을 반영해 국내에서 만든 배출계수가 23.9%에 불과하고, 210여개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통계자료를 수집해 배출량을 산정하고 검증까지 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전담 직원이 단 1명뿐인 것이 배출량 산정의 열악한 현실을 말해준다.

대기오염 배출되는 시설이나 배출원에 대한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미세먼지 대책 수립의 가장 기초”라며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위한 좀더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