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프랑스는 깊이 분열되어 있다. 사람들은 분노와 공포를 느낀다.

2017-04-01     허완

거의 반 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의 분노가 폭발할 조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1968년의 프랑스는 지루했는지 몰라도, 2017년의 프랑스는 넌더리를 내고 있다. 프랑스는 분노, 좌절,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 모든 감정들이 대선에 작용할 것이다. 분노가 진정한 민주적 부활로 연결될 수 있을지, 어두운 정치 세력이 승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물음이다.

위험이 얼마나 많은지 과장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파시스트 유형의 지도자가 프랑스를 이끌 진정한 위험이 있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마린 르펜이 차기 대통령이 될 거라는 말은 아니지만, 르펜의 승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르펜이 2차 투표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나오는 여론 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엘리트들에 대한 분노는 지금이 최고조일지도 모른다. 기득권층의 느낌이 나는 모든 것은 사기나 무능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피용의 이야기를 보는 보통 사람들은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정치인들은 계속 사기를 치며 잘 사네?”라고 생각한다. 체제에 대한 신뢰는 뚝 떨어졌다. 군대만은 예외로 높은 지지를 받는다. 이 모든 것이 포퓰리스트 세력들에게 유리하다.

프랑스는 국내의 깊은 균열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모든 사회 집단들은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느낀다. 청년 대 노년, 실직자 대 취업자, 시골 대 도시, 자격 미달 대 교육 받은 층, 이민자 대 비이민자 등이다. 분명 이런 분열은 여러 나라에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 공화국이라는 개념에 평등주의와 분할 불가가 따라오는 프랑스에서는 실존적 차원을 갖게 된다. 알제리 전쟁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땅에서 테러가 일어난 이래, 사회적 화합이 완전히 무너질지 모른다는 냉혹한 공포가 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타격을 준 것은 수십 년 간의 대량 실업이다. 프랑스 전국의 실업률은 10%이며, 18~24세의 경우 24%에 달한다. 프랑스인 64%는 현재의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성공할 기회가 적다고 믿는다. 희생양을 점찍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배경이다. 2017년 1월 설문 조사에서는 62%의 응답자가 이슬람이 ‘공화국에게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55%는 ‘이민은 문화적 풍부함의 원천’이라고 믿었다.

2월 초의 설문 조사에서 르펜은 1차 선거에서 탄탄한 25%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왔다. 리옹에서 ‘국가적 선호’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본격적인 유세를 시작하기도 전의 일이다. 르펜은 48세이며 주변부의 정치인으로 남는 것에 만족하던 그녀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과는 달리 권력욕이 강력하다. 르펜은 좌파와 우파 포퓰리스트들의 표를 원한다. 보호 무역주의 슬로건과 ‘신자유주의적’ 경제 감축과 외국인들로부터 복지 국가를 구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우고 있다. 르펜은 프랑스에게 명령을 하는 외부 세력들이 있다며, 자신이 방패가 되겠다고 나선다. 르펜의 대표적인 표적은 EU다.

그 결과, 39세의 전직 은행가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희망을 걸기 시작한 프랑스 민주주의자들이 많다. 마크롱은 르펜을 막을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 중도주의자인 마크롱은 프랑스 정치의 상태와 국가 개혁의 어려움에 혐오를 느껴 올랑드 임기 중에 등장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전직 경제 관료인 그는 전통과는 상당히 다른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전통적 죄우파 정당 정치에서 벗어났다. 그의 스타트업 ‘엉 마르쉬!’(전진!) 운동은 런칭 10개월 만에 17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프랑스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파리에서 벗어나봐야 한다.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귀족들이 서로 뒤통수를 칠 계획을 짜거나 군주의 눈에 들려고 노력하던 왕정 시절부터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였다. 파리의 엘리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보다는 자기 자신에게만 집착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대중이 분노하기에 딱 좋은 조합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깊은 불안감이 있다. 2015년과 2016년에 파리와 니스에서 일어난 테러는 프랑스 전국에 트라우마가 되었다. 타른에가론느에는 1950년대에 이주해 와 과일을 따는 등 농업 노동을 제공하며 자리잡은 이민자들의 후손으로 구성된 북아프리카 커뮤니티가 있다. 이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외국인혐오가 드러난다. 일부 젊은 무슬림들은 엄격하고 종종 급진적인 이슬람 분파인 살라피즘을 받아들였다. 보안기관이 그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이민자 대다수는 잘 통합되어 있지만, 대중의 시각이 달라졌다.

식민 강대국이었던 프랑스의 과거 때문에 정체성 정치와 이민을 둘러싼 의문이 특별한 반향을 갖는다(국민전선은 1960년대의 알제리 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국에서 발생한 테러리즘이 남긴 트라우마는 프랑스만의 독특한 사상적, 정치적 전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프랑스만의 독특한 세속주의 라이시테(laïcité)와 관련이 있다. 작년 여름에 일었던 ‘부르키니’를 둘러싼 논란을 보라. 법원이 개입해야 했다.

국제적으로 비교를 해보면 고통스럽다. 프랑스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경제가 독일에게 크게 추월당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일부 선거구에서 EU에 대한 비판에 부채질을 한다. 마린 르펜이 ‘프랑스 먼저’ 수사로 인기를 끄는 지역들이다. 유럽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영향을 더 크게 만들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이젠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비록 시민 대다수는 EU에 남기를 원하지만 말이다). 프랑스가 1962년에 제국을 잃었을 때, 드골은 과감하게 독일과의 화해를 선택했다. 르펜이 당선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강력한 프랑스-독일 파트너십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프랑스의 자기인식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프랑스는 깊이 균열된 국가다. 프랑스를 앞으로 몰아갈 공통의 국가적 내러티브나 방향 감각이 없고, 정치 계급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다. 개방성을 믿는 사람들과 국경에 벽을 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간의 간극은 크다. 프랑스의 이번 대선은 엘리제 궁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만이 아니다. 집단 정체성, 21세기의 세계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선거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나탈리 누가헤드 전 르몽드 편집국장의 글 Ahead Of Its Election, France Is Deeply Fragmented, Its People Often Angry and Scar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