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보낸 뒤 500일... 아직 남은 과제

그러나 아버지를 보내드렸을 뿐,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강신명과 구은수는 공직생활에 아무런 흠결 없이 명예롭게 퇴임했고, 나머지 살인경찰 일당도 징계는커녕 무려 승진을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인을 해놓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니, 범죄자 친화적인 국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박근혜도 탄핵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밑에서 살인을 저지른 강신명의 구속영장도 청구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해본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듯, 나와 우리 가족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것이다.

2017-03-28     백도라지
ⓒ한겨레

돌아가신 것도 너무 슬픈데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경찰에서 아버지 시신을 탈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돌아가시자마자 경찰 3600명이 병원을 둘러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병원에 속속 시민들이 모여주셨고 중환자실에서 장례식장까지 사람들이 구급차를 둘러쌌고 그렇게 시신을 옮겼다. 돌아가신 그날 검사님과 법의관님들이 오셔서 검안·검시를 하고 가셨고, 가족 동의 없는 부검은 없으리라 말씀하고 가셨지만, 부검 영장이 떨어졌다. 국가의 녹을 먹는 분들이 이렇게 거짓말을 한다. 하긴 국가의 녹을 먹는 분들이 아빠를 돌아가시게 했지.

그러나 아버지를 보내드렸을 뿐,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강신명과 구은수는 공직생활에 아무런 흠결 없이 명예롭게 퇴임했고, 나머지 살인경찰 일당도 징계는커녕 무려 승진을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인을 해놓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니, 범죄자 친화적인 국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박근혜도 탄핵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밑에서 살인을 저지른 강신명의 구속영장도 청구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해본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듯, 나와 우리 가족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것이다.

5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이 지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여러모로 마음을 모아주신 덕이다.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었다. 아버지 사건을 겪으며 연대의 힘, 촛불의 힘을 생생히 체감했다. 연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국가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