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열쇠·구두수리·양념치킨' 가게의 정체

2017-03-23     박세회

한겨레/사진 이정국.

손님의 90% 이상은 20~30대 여성. 테이블 자리는 꽉 차, 바에 앉아 음식을 먹었다. 와인도 몇 잔 곁들였다. 소문답게 맛은 있었지만 가격이 거의 청담동 수준으로 비쌌고 좁은 가게 안을 꽉 채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음악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술도 밥도 제대로 못 먹은 느낌이랄까. 계산서의 가격을 보고 ‘뜨악’하면서 나오다 ‘이 집은 뭐가 전문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들어갈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간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로 연결됐다. 한 중년남성이 받았다. “여보세요”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닭집이죠?”라고 해야 할까, “열쇠집이죠?”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 “열쇠집이죠?” 물었다.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물었다. “간판에 뭐가 많이 쓰여 있어서요. 이걸 다 하시나요?”

이제부터 해방촌 근처에서 이 간판을 발견하시는 분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 가겐 열쇠도, 구두도, 통닭도 아닌 와이셔츠가 전문인 곳이니까. 혹시 구두굽이 부러지거나 급히 열쇠를 고쳐야 할 때도 당황할 필요가 없겠다. 그 간판에 쓰인 번호로 전화하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