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자랑, 유력 야당 후보의 발목을 잡다!

상대적 진보 성향 후보가 자신이 군 경력에서 보수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서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한 건 실은 문재인 후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에 맞섰던 존 케리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금 문재인 후보처럼 자신의 군경력을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대폭망이었다. 왜 때문에 존 케리의 군경력 강조 선거캠페인은 실패했을까? 출발은 우연이었다.

2017-03-21     바베르크
ⓒReuters

1. 들어가며

하도 북한에 유화적일 거란 의심을 받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이다 보니 뭔가 자신도 안보 잘 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전에도 썼듯이, 나는 문재인 후보가 젊은 시절 군복무 경력을 강조하거나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의 이른바 안보 행보를 할게 아니라 안보 관련 정책과 국방 현안에 관한 입장에서 자신의 안보관을 또렷이 보여주어 불안해 하는 보수층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2.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논란

전두환한테 표창받은 것까지 그만 자랑스러운 톤으로 말해 버린 것이다. 문재인 후보 반대자들은 이런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당장 그 자리에서 토론 중이던 최성 고양 시장이 그런 표창장은 버렸어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문재인 캠프에서 전두환 표창받은 것은 가짜 뉴스라고 했다는 것을 끄집어 내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으며, 문 후보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서는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군다나 문 후보가 복무한 특전사가 광주 민주화운동 때의 잔혹한 진압으로 악명 높아졌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민주당의 호남 경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문 후보가 전두환 특전사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 받은 것을 강조했다는 것은 한껏 좋게 보아줘봤자 경솔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2004년 7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대통령 후보가 경례를 하고 있다.

3. 문재인이 처음이 아니다 - 군대 자랑하다 폭망한 존 케리 이야기

출발은 우연이었다.

오!!! 이보다 더 좋은, 우리 후보님이 국가안보 맞춤형 후보란 걸 자랑할 미담이 있을까!!! 미국 민주당의 존 케리 캠프는 이 미담을 활용해 그 해 여름 전당대회에서 케리가 후보로 확정될 때 극적으로 케리 덕에 목숨을 건졌던 이 옛 전우 제임스 라스만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두 전우는 감격적인 포옹을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완전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고. 심지어 케리는 후보 수락을 하며 "나는 복무를 명받았습니다(I'm reporting for duty)"라며 군대식 경례까지 하였다.

그런데 그게 케리 발목을 잡을 줄이야! 이렇게 케리가 자신의 군경력을 선거운동의 전면에 내세우자 미국 공화당측은 이를 흠집내기 위한 흑색선전을 개시하였다. 이들은 "진실을 위한 고속정 참전용사들(Swift Boat Veterans for Truth)"이라는 괴단체를 내세워, 케리가 실은 무공도 세우지 않았고 자해를 했다는 헛소문까지 퍼뜨렸다.

이 모든 난리는 케리가 자신의 군경력을 선거운동의 메인 테마로 잡은 탓이었다. 어찌 보면 누구도 그러라고 한 적이 없었고 그건 캠프의 결정이 아닌 후보는 본인인(웃음) 존 케리 자신의 결정이었다. 존 케리 미국 민주당 후보는 2004년 미국 대선 본선에서 이렇게 자신의 군경력 관련한 각종 루머와 논란에 시달리다 자멸하여 결국 어이 없게도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참패하고 만다.

4. 맺음말 - 제발 "이름만 바꾸면 당신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스토리가 올해 우리나라의 장미 대선에서도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말했다는 "이름만 바꾸면 당신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