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끈질긴' 그림자

이번 탄핵으로 우리네 삶에 장막같이 드리워져 있던 박정희의 그림자를 비로소 거두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우리의 정신 어딘가 한 구석에는 그 딸의 집 문앞에 와서까지 무릎 꿇고 있는 저 여성의 형상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며 이 모처럼의 작은 승리의 국면을 대놓고 능멸하는 저 무도하기 짝이 없는 10%가 기대고 있는 근거가 사실 우리 자신들 속에 끈질기게 남아있는 바로 그 어두운 형상이라고 한다면?

2017-03-17     김명인
ⓒ뉴스1

언뜻 봐서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입성이 수수한 한 여성이 삼성동 박근혜 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찧으며 흐느끼면서 이렇게 울부짖었다.

동영상을 검색해 다시 보니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번 탄핵으로 우리네 삶에 장막같이 드리워져 있던 박정희의 그림자를 비로소 거두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박정희의 그림자는 거슬러오르면 식민지시대의 집단 모멸의 경험에 이르고, 내려오면 지금까지도 조금도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 황금숭배의 악다구니에까지 걸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진정 말할 수 있으려면 오천만의 남녀노소에 들어있는 저 박정희들과 파천황의 결전을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좀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모두가 자기 안의 '국가보안법'을 정면으로 마주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