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신작은 유부남 감독과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다

2017-03-14     김도훈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가 1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베일을 벗은 영화는 홍 감독 영화의 오래된 질문을 담고 있기도 하다.

13일 공개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그 부딪침은 어떻게 됐는지,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들과 서정적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다. 또 낯선 곳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여배우의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2012)와도 비슷하다.

독일을 배경으로 한 1부가 흑백에 가깝다면 영희가 한국으로 돌아와 강릉을 여행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색감을 찾는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으니 더 외로워져.” 독일에서 이렇게 속삭이는 영희의 대사는 마치 홍 감독의 전작 '다른 나라에서'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지역보다는 관계가, 소통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

독일에서 강릉을 떠돌면서 줄곧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고 말하거나 “여기, 너무 좋아요. 나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는 홍상수 영화에서 여러 번 본 듯한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주도적이고 공격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실패한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이지만 “너희들은 다 똑같다. 사랑할 자격이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면서 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휘저어 놓는다.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며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큰절을 올리는 여자의 소망은 아주 절실하지만 추상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는 당신이 지루하다”며 감독을 개인적으로 공격할 때는 실제 그와 개인적 사이이기도 한 홍 감독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마디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여주인공이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놀이를 주도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관객들이 내 이야기라고 받아들여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또 배우와의 불륜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내가 동의할 수 없어도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면 그 사람 의견을 존중하고 살았다. 나도 남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의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하며 “홍상수 감독과 저는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다가올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