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근' 시위 주최 측은 "임금 격차 줄어들면 남성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한다(인터뷰)

2017-03-08     곽상아 기자

한국에서 최초로 진행된 ‘조기퇴근’ 시위 주최 측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여성노동계 조기퇴근 시위 3시 STOP 공동행동’의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국 최초로 ‘조기퇴근’ 시위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

임금 격차는 여성차별의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기획하게 됐다.”

- 오늘 ‘조기퇴근’ 시위에 참여한 이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무리 임금 격차 문제에 공감한다고 해도, 아직 개인적으로 ‘조기퇴근’을 해버리고 회사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대신 오늘 오후 3시에 잠깐이라도 ‘멍때리기’를 한다든지, ‘#3시STOP’ 인증샷을 찍는다든지, 나오지 못하신 분들은 다른 방법으로 연대 의사를 표시해주시길 부탁드렸다.”

- 앞서 아이슬란드, 프랑스, 영국 등에서 ‘조기퇴근’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데 한국의 ‘독보적으로 열악한’ 임금격차를 생각해보면, 오늘의 시위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감회는 어떤지?

성별 임금 격차라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성들도 힘들잖아’라거나 ‘이제는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을 듣곤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여성의 저임금 노동, 성희롱/성차별…. 젊으면 어린 여자라고, 나이 많으면 아줌마니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문화가 팽배한데, 그동안은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했는데, 오늘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여성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외칠 수 있었으니까. 여성노동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 됐는데, 오늘 같은 자리가 마련돼 뿌듯하기도 하고 .. 울컥하더라.(눈물)”

-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임금 격차(37%)는 바로 앞의 일본/에스토니아(약 26%)보다도 훨씬 수치가 안 좋다. 한국이 유독 ‘독보적으로 열악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노동시장에서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되지 않는다.”

-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 남성노동자에게도 이득이다’고 주장하셨는데.

2000년 이전인 IMF 이후 여성들이 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럼 남자들은 안전했을까?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03년 이후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면, 그건 ‘여성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성이 불행해지면 남성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모두가 불행해지는 노동시장’이 된다는 얘기다.

* ‘임금 격차’ 이슈와 관련해 단골로 나오는 ’비난 의견’에 대한 반박

1. ‘여자들은 야근도 안 하고 주말에 불러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회사가 남자 채용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2. ‘한국 여자들은 이미 37% 덜 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왜 서로 ‘누가 더 힘든지’를 두고 경쟁해야 하나? 국가와 자본(회사)이 문제의 핵심 아닌가?

3. ‘왜 자꾸 남녀 편을 가르나?’

임윤옥 대표: 편을 가르는 게 아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의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당연하게 정시 퇴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신육아기에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면 여자 남자 동등하게 써야 한다. 현재 출산휴가도 아빠의 경우 3일 유급밖에 안 되는데 한 달 정도로는 늘려야 하고 육아휴직도 동등하게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