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낸 지구인들이 있었다

2017-03-05     PyungSeok Koh

영화 '컨택트'가 2월 19일 기준 60여 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크게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나름 흥행 중이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관람객 평점 8.44, 기자, 평론가 평점 7.29로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 지구에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나타나고,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만약 우리가 '지구'와 '인간'을 알리기 위해 외계의 존재에게 우주선을 만들어 보낸다면, 무슨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알려야 그것을 접한 외계인이 덜 혼란스러울 수 있을지 말이다. 놀랍게도, 약 40년 전에 이런 고민을 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2호에 골든레코드를 만들어 붙인 사람들 얘기다. 그들이 레코드를 만들며 신경 쓴 3가지를 골라 '컨택트'와 비교해보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이렇게 반복된다. 영화를 통해서건, 과학을 통해서건.

1. 외계인이 침공해오진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좋든 나쁘든 이미 우리 존재와 위치를 우주에 선전해 왔고, 요즘도 매일 그러고 있다. 우리가 내보낸 전파들은...빛의 속도로 더 바깥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지구에 사람이 잔뜩 산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들이 우주로 쏟아 내는 신호는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라도 우리의 도구와 비슷한 성능의 도구만 있다면 쉽게 감지할 수 있다...물론, 우리 문명의 위치를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라일 경의 불안이 정당한 우려인가 아닌가는 토론할 만한 주제이다. 그렇더라도 지금 와서 걱정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차라리 외계인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책 '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저)

2. 무슨 정보를 담을까?

"소통이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최초의 대화가 무슨 내용일지는 뻔하다. 그 대화는 두 문명이 틀림없이 공유하고 있을 법한 유일한 요소, 바로 과학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어쩌면 두 문명은 서로의 음악이나 사회적 관습 따위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데 더 흥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최초의 성공적인 대화는 과학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우리가 이전에 보냈던 메시지들은 인간이 무엇을 인식하고 어떻게 사고하는지에 관한 정보만을 담았다. 그러나...우리는 감정도 느끼는 생물이다. 그러나 감정은 소통하기가 더 어렵다. 하물며 우리와는 생물학적 조성이 전혀 다른 생명체라면 더더욱 어렵다. 내가 볼 때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시도에 있어서 꽤 훌륭한 수단인 것 같았다...화음은 뚜렷한 수학적 특징을 띤다...그런데 우리가 아는 한, 수학적 관계는 어느 행성, 생물학, 문화, 철학에서든 유효해야 한다...1 더하기 1이 2가 되지 않거나...정수가 하나 더 끼어드는 문명은 상상할 수 없다...음악과 수학은 연관되어 있고 수학은 어디서나 보편적일 것으로 기대되므로, 보이저 레코드판에 담긴 음악은 우리의 감정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할지도 모른다." (책 '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저)

3. 언어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보이저 레코드판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 메시지이기도 하므로, 자연히 아예 말로 된 인사를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외계 문명이-보이저 레코드판을 회수할 시점에-인간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그러나 그럴 확률은 아무리 잘 봐줘도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설령 그렇더라도...레코드 판 자체가 우리의 인사인 이상, "안녕"이라고 말하는 인사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최소한 인류의 다수 인구가 사용하는 여러 언어들로 말하는 인사말이 포함되어야 했다...우리는...배타주의의 기미를 한 조각도 남기지 않게 위해서, 사람들의 인사말 속에 혹등고래들만의 "안녕"을 집어넣었다. 그리하여 혹등고래는 지구에서 우주로 인사말을 보내는 또 하나의 지적인 종이 되었다." (책 '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