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사랑이란

2017-03-03     PyungSeok Koh

‘사랑’은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의 집합체다. 가수 김현식은 그의 노래에서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세월이 흘러가면 사랑을 알지

사랑 사랑 사랑이야”

김현식의 노래 가사처럼 세월이 흘러가면 사랑을 알게 된다. 가사에는 생략이 되었지만 숱한 시행착오는 필수다. 그냥 세월이 흘러가는 것만으로 사랑이 깨우쳐지진 않는다. 지난한 사랑의 과정 중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첫 도입 부분이다. 어떤 커플의 사랑에 대한 질문들도 대부분 첫 만남이나 초반 낭만적 순간에 집중되어 있다. 사랑을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1. 우리가 낭만이라고 보았던 것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2.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밀가루 봉지는 거실 맞은편으로 날아간 뒤 어찌나 세게 던졌는지 벽에 퍽하고 부딪쳐 하얀 구름을 일으키고, 식탁과 의자들 위로 가라앉을 때까지 놀랄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략) 그녀가 2층으로 돌아간 뒤 라비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무릎을 꿇는다. 사방이 밀가루 천지다. 키친타월에 조심스럽게 물을 적셔 탁자 위와 의자들과 타일 틈새에서 그 많은 양을 훔쳐내다 보니 거의 한 롤이 다 들어간다. 그런 뒤에도 남아 있는 밀가루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눈에 띄면서 이 사건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는 밀가루를 치우면서 한동안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억을 불러낸다. 바로 이 여자와 결혼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이다.”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3. 우리가 낭만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끝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낭만주의(평범한 남녀가 어쩌다가 만나서 달달한 연애를 하고 마침내 결혼이라는 결승점을 통과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뛰어넘으라고 주장한다. 또한, 상대방의 허약함과 슬픔에 감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덜 부끄러워하게 되는 성숙한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성숙함에 이르는 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두 사람은 불안, 배신, 토라짐, 갈등, 분노, 다툼, 비난 등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저자는 우리 모두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일상의 철학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라비가 느꼈듯이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단 기술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의 기본은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