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실태조사

이주여성 농업노동자는 일하는 동안 '외국인'이어서, '농업'에 종사해서, '여성'이기 때문에 3중의 어려움에 처합니다. 이주노동자는 마음대로 직장을 바꿀 수 없습니다. 사장이 동의 해주거나 법에서 정하는 사유가 있어야만 직장을 옮길 수 있습니다. 농장주가 욕설을 하거나, 성희롱을 해도 직장을 옮기기 어렵습니다. 이주여성 농업노동자는 깻잎 재배, 딸기 농장과 같은 대규모 비닐하우스에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농장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지냅니다. 수도꼭지만 있는 야외에서 온수도 나오지 않는 곳을 '욕실'로 제공받습니다. 인간다운 삶과 거리가 먼 주거 환경은 '여성' 이주노동자를 성폭력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2017-02-23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글 | 소라미 변호사

캐나다에서는 사용자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소 점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가 도착하기 전에 숙소 점검을 실시합니다. 숙소 점검표에는 숙소의 내부 외부 공간과 안전, 위생 등에 대한 상세한 목록과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숙소 점검 기준 중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캐나다 계절농업노동자 숙소 점검 기준 사항 중]

- 개인위생시설이 다른 생활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것

- 충분한 양‧수압‧온도의 냉‧온수가 공급될 것

- 숙소에서 자연적(예:창문) 혹은 인공적인 수단(예:환풍기)으로 충분히 환기가 되는지 여부

- 소화기 및 화재 경보기가 설치될 것

[미국의 일시적 노동자 숙소 기준 중]

- 가열, 조리, 온수 가열 설비는 주 및 지방규정에 따라 설치되어야 하며 추운 날씨에는 적절한 난방 설비가 제공되어야 함

- 각 화장실은 침실을 통과하지 않고 접근 가능하여야 함

- 목욕과 세탁을 위한 온수와 냉수 공급

캐나다와 미국 모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숙소에 대해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용자에게는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불허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에 대한 기준과 점검 절차가 부재합니다. 사용자에 대한 외국인 고용 허가 절차에서도 숙소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살 것을, 터무니없는 액수의 숙소비용 공제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직접 외국인의 고용을 중개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비인간적인 주거 환경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첫 번째 이야기 | 일상적인 성폭력 불안에 노출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의 실태

[보고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