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은 단순한 욕이 아닌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표현은 "김치녀/년"이었으며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안 등 성차별이나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외모나 나이, 능력 등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못생긴', '뚱뚱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혐오표현과 '외모에만 신경 쓰는 생각 없는 존재'로 폄하하는 혐오표현을 동시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존재성을 부정하고 섹슈얼리티만 부각된 "변태", "호모" 등으로 지칭하는 혐오표현이 두드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혐오표현도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02-21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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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N 지체장애인 여성)

(사례 M 지체장애인 여성)

인권위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수행한 이번 조사는 온라인 및 대면조사 등의 방식으로 총 1014건의 설문을 수집 및 분석한 것이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에 대해 면접조사를 병행했고, 온라인 혐오표현 실태에 대해서도 별도로 분석을 진행했다.

또한 혐오표현을 경험하게 되는 경로도 다양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하는 경우는 뉴스 기사나 영상 등의 댓글이 78.5%,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이 73.7%, 페이스북 댓글 73.3% 순으로 높았다. 오프라인에서는 '친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으로부터 혐오표현을 경험한 사례가 94.4%로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방송(83.3%),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람(80.9%), 방송인·정치인·연예인 등 유명인(80.1%), 공공장소 인쇄물(79.2%), 교사·강사·교수(74.0%) 등이 뒤를 이었다. 공무원이나 집회, 시위 등에 참여했을 때 혐오표현을 경험한 사례도 있었다.

집단 호명 이외의 혐오표현 사례를 살펴보면, 장애인의 경우 '(장애는) 전생의 업보'라는 등 장애를 '형벌'로 바라보는 내용이나 '민폐를 끼치는' 존재 또는 '격리해야 하는' 존재로 명명하는 혐오표현이 많았다.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다 핑계고 노력을 통해 극복하라"는 내용의 혐오표현도 조사되었다.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존재성을 부정하고 섹슈얼리티만 부각된 "변태", "호모" 등으로 지칭하는 혐오표현이 두드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혐오표현도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방안은 대부분 집단에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기타여성과 성소수자 집단은 혐오표현에 대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10%에 미치지 못하였고, 장애인의 경우에도 15% 내외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보고서는 "혐오표현을 단순히 욕설 정도로 생각하거나 혐오표현 규제에 관한 논의를 자유로운 표현을 가로막는 검열 기제로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보고서는 "혐오표현이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는,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자 '차별행위'의 일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