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남 죽음의 배후로 지목한 곳은 바로 한국이다

2017-02-20     원성윤
ⓒ뉴스1

강철 대사는 말레이시아 외무부에 초치된 20일 오후 3시쯤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리와 아무런 토의도 없이 언론에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 그들이 용의자라고 보는 근거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같은 날에 떠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우리 사람만을 문제시하는가"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국적 용의자 5명과 연루 의심 인물 등을 공개한 가운데 강철 북한 대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땀을 닦고 있다.

강 대사는 전날 말레이시아 경찰이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이 북한 여권을 지닌 사람이 쿠알라룸푸 공항에서 심장마비로 '자연사' 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당초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언론을 통해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겠다고 했음에도 돌연 말을 바꿨다며 "말레이시아 경찰은 어리석은 주장으로 (김정남의) DNA와 가족들의 신원 확인을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 대사는 이같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행태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사망자의 시신은 부패됐을텐데 어떻게 DNA 등을 얻을 것인가. 시신이 북한 시민임이 확실하고 신원도 밝혀진 상황에서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사는 또 "북한 정부는 매우 침착하고 참을성 있게 말레이시아 정부의 발표를 기자리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핍박을 주고 의심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정부에 대해 진실되지 않는 루머를 퍼뜨린 것에 대해 책임질 것을 단단히 각오하라"고 겁박했다.

강 대사는 이번 사건에 남한 정부가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강 대사는 "사드(THHA)로 미국과 함께 문제를 겪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루머를 퍼뜨렸을 경우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며 "북한 정부는 이같은 루머가 퍼지고 있는 폭력적인 행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 사건을 더욱 이슈화 시키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만일 한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 이를 의뢰해 더 섬세한 조사 결과를 밝히길 요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와 남한 정부의 접촉이 강하게 의심된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시신을 넘겨주지 않고 우리에게 사건을 떠넘기기에 바쁘다"고 규탄했다.

끝으로 "용의자 리정철에 대해 우리 측과 접촉도 않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북한인의 인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리정철의 가족에게 말레이시아 경찰이 총을 겨눴다는 것은 미국 깡패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어이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