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어찌 살아간다

운동회 편 가르듯 내향적, 외향적 두 가지로 구분하면 편하겠지만 인간은 원래 복잡하다. 소심한 성격도, 그것을 고치려던 투지도, 또 어중간한 자리에 주저앉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소' 중얼거리는 것도 나다. 더는 과도한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으름까지 합세하여 알 것 같은데 모르겠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2017-02-17     정새난슬

의외로 소심하다. 솔직하지만 방어적이다. 인맥이 좁고 활동도 제한적이다. 지인들은 내 성격을 읊으며 의아해 한다. "넌 처음엔 센 캐릭터 같은데 알고 보면 겁도 많고, 부끄러워하고.... 물론 실망하진 않았지만 (실망했다)." 나는 내성적인 다혈질에 가깝다며 부연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추가 경고를 보낸다. 첫인상과 다르다는 말이 기분 좋은 적은 없었다. 마치 나의 사회적인 페르소나(그냥 SNS 인격)나 외모의 요란스러움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지금 하고 달랐는데, 정말 순했어." 변해버린 딸의 유년기를 회상하는 엄마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가자미 눈을 뜬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이렇게 된 건데. 극과 극을 횡단하다 겨우 안착한 지금의 성격을 유난스럽다 얘기하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정말 치열하게 나 자신과 투쟁하며 이 놀라운 인격을 형성했다니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성격의 상반된 면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도 지적하니 이제는 무엇이 진짜 내 성격인지 나도 헷갈릴 지경이다. 운동회 편 가르듯 내향적, 외향적 두 가지로 구분하면 편하겠지만 인간은 원래 복잡하다. 소심한 성격도, 그것을 고치려던 투지도, 또 어중간한 자리에 주저앉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소' 중얼거리는 것도 나다. 더는 과도한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으름까지 합세하여 알 것 같은데 모르겠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소심하든 적극적이든 사람에게는 다 세상을 살아가는 저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작가라면 자기 캐릭터가 분명한 게 좋지 않겠어?" 충고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분수대 인형의 교훈을 아는가? 다들 어찌어찌 살아가게 되어있다네." 뜻 모를 말을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