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법치주의

작금의 게이트와 연루된 대통령은 두 번이나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탄핵소추가 되어 권한이 정지된 후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형식적으로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지만 실제로 거부한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2017-02-13     이준일
ⓒED JONES via Getty Images

사실 청와대는 법적 용어가 아니라 대통령과 참모들이 직무를 수행하는 건물과 공간을 통칭하는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도 청와대 안에 위치하지만 대통령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이고,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을 둔다고 규정하여 대통령 참모도 법적으로 설치된 기관들이다. 이처럼 대통령도 그의 참모들도 법에 의해 설치되고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이므로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와 국가안보실 직제 및 대통령경호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대통령비서실은 443명, 국가안보실은 22명, 대통령경호실은 486명(소속기관 46명)으로 청와대 소속 공무원의 정원까지 정해지는 것처럼 청와대는 법적 통제 아래 놓여 있다.

청와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합리적 근거 없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경우에 이를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현재 행정소송법에 따른 기관소송이 가능하려면 형사소송법에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국가기관의 처분에 대하여 영장을 집행하는 검찰이나 특검이 다툴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되어야 한다. 헌법기관만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입장은 찬성할 수 없다)에 따르면 검찰이나 특검이 헌법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므로 행정소송법에 의한 기관소송이 불가능하다면 헌법재판소법에 검찰이나 특검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검은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이 당사자가 될 수 없는 항고소송을 통해 청와대의 거부 처분을 취소해 주도록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거부 처분의 집행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의 선례가 있지만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둘러싼 행정소송은 유례가 없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군주시대의 구중궁궐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 헌법과 법률로부터 부여받은 직무를 수행하는 건물과 공간의 총체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청와대도 법치주의가 적용되어야 하는 영역인 것이다. 현재는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문제되어 압수수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만약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 또는 경호실장을 포함하여 청와대 소속 공무원의 범죄혐의가 문제되어(실제로 이번 게이트에서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범죄혐의가 문제되었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한 경우에도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다면 청와대는 법이 지배하지 않는, 법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성역이 되고 만다. 헌법은 "법 앞에 평등"을 요구한다(헌법 제11조 제1항). 청와대가 법치주의에서 배제되는 성역이 되는 순간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헌법의 요청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법을 지키고,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불법의 평등'만이 지배하는 아수라장의 등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