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답은 릴레이로

"세상에, 넌 정말 친절하구나."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도 그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우리는 포옹하고 헤어졌다. 나는 공항 환전소에서 극적으로 여권을 되찾았고 그날 밤 늦게 숙소로 되돌아갔지만 두 번 다시 그 청년을 보지 못했다.

2017-02-10     이옥선
ⓒ김하나

"사정을 들었어. 너 이름이 뭐니?"

"하나. 반가워. (그는 자기 이름을 밝혔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내 생각엔 네 여권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공항이야. 그리고 이곳 주인장은 너를 묵게 하면 불법을 저지르는 게 돼. 너에겐 두 가지 길이 있어. 하나는 공항에서 여권을 되찾아서 이곳에 돌아오는 것, 또 하나는 여권이 없을 경우 너는 쿠바의 어느 숙소에도 체류할 수 없으므로 공항에서 바로 본국에 돌아가는 거야. 부디 네 여권이 공항에 있기를 바라지만, 그게 아닐 경우를 대비해서 너는 다시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가야 해. 너무 힘들겠다. 내가 도와줄게."

"세상에, 넌 정말 친절하구나."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그후로도 나는 수많은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때론 작은 보답을 할 수 있었고 감사 편지를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빚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거니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야 따뜻함의 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를 구조해 준 그대, 리비아 사막의 아랍인이여, 그렇지만 당신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고 말 것이다. 그 얼굴도 생각나지 않게 되리라. 당신은 '인간'이며,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내게 나타난다. 때가 되면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들 속에서 당신을 알아볼 것이다. 모든 내 친구와 모든 내 적들이 그대 쪽에서 내 쪽으로 걸어왔기에,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의 적도 없어지고 만 것이다.

* 이 글은 월간에세이(2016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쿠바 사진들 대방출. 2007년이었으니 꼭 10년 전이라 똑딱이 카메라도 시원찮고 보정도 안 한 것들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