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성폭행당한 피해자와 강간범이 함께 '강간의 진실'을 말하다

2017-02-08     김태우

토르디스 엘바와 톰 스트레인저는 홈스테이 호스트와 교환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호주에서 아이슬란드로 1년간 공부하러 온 스트레인저는 엘바의 집에 묵게 됐고,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스트레인저는 술에 취한 엘바를 강간했다.

TED 강연에서 엘바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자들이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성폭행당한다고 배우는 세상에서 자라왔다. 그들의 치마가 너무 짧았다거나, 너무 크게 미소 지었다거나, 술 냄새가 난다거나 하는 이유들 말이다. 당시 나는 이 모든 이유에 해당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성폭행을 당한 건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이 강간 사건을 멈출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바로 톰이었다. 톰이 하던 것을 멈췄다면 내가 강간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스트레인저는 당시 자신이 한 일이 성폭행이 아닌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이 일을 잊어보려 했던 그는 9년 뒤 엘바가 보낸 편지 덕에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1주일간 아이슬란드와 호주의 중간인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둘은 결국 16년 전 발생한 사건을 묻어 두기로 결정했다. 엘바는 스트레인저를 용서했고, 스트레인저 역시 자신의 잘못을 되짚으며 또다시 용서를 빌었다. 둘은 이후 '용서와 진실'에 대한 책을 함께 썼다. 이 책은 오는 3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와 강간범이 함께 전하는 강한 메시지를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TED Tal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