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소중한 고대의 성적장학금 폐지

고려대의 정책은 장학금이란 본래 면학을 지원하는 것이지 좋은 성적에 따라붙는 부상 같은 게 아님을 되새겨 주었다. 또한 이런 정책에 내포된 규범적 태도는 우리 사회 여러 관행에 대해 교정 효과를 지닌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취와 보상을 연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또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에 비해 성취를 위한 조건의 균등화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심각하게 부족하다.

2017-02-09     김종엽
ⓒ연합뉴스

중앙일보에 따르면, 기초생활 수급자여서 등록금은 전액 장학금을 받았지만 생활비 때문에 알바를 많이 해야 했던 한 3학년 학생은 생활비 지원 덕에 공부에 전념할 시간이 늘었고, 그 결과 1, 2학년 때는 3점대이던 학점이 1, 2학기 모두 4.3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예컨대 학교나 대학 평가의 목적이 어떤 학교나 대학이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진단하고 그런 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한 것인 적은 거의 없다. 평가는 대부분 상당히 불평등한 조건 아래서 이루어진 성취나 성과에 대해 보상으로 나아간다. 예컨대 대학 평가를 하면 좋은 인프라를 가진 대학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그 결과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정부 지원 덕에 다음번 평가에서도 또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대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육청의 지원금도 일반고보다 특목고가 훨씬 더 많이 받아왔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낼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간 것이다. 기업도 그렇다. 예컨대 열악한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R&D) 자금을 쓰는 대기업은 그런 자금에 대해 세금 혜택도 더 많이 받는다.

사실 나는 고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재직하는 학교부터 방향을 잘 잡도록 애써야 마땅하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민족 고대"는 우리 대학 문화를 향도할 힘을 가진 대학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