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안에 녹아든 IT 원격기술

인간과 로봇의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로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복강경 수술 의료로봇 다빈치(Da Vinci)를 꼽을 수 있다. 다빈치가 있는 수술실의 풍경은 독특하다. 다빈치가 수술을 집도하고 어시스트는 간단한 보조작업만 돕는다. 다빈치를 통해 수술받는 환자는 복부로 3~4개의 로봇기구가 몸을 관통한 채 수술을 받는데, 로봇을 통제하는 집도의는 수술실 구석에서 장비의 뷰파인더만 보며 원격 수술을 한다. 마치 가상의 공간을 탐험하듯 조작기 안에 넣은 자신의 손과 로봇 팔의 일체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2015-05-12     김진훈
ⓒASSOCIATED PRESS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연결고리

결국, 디지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지털온리 세대가 '디지로그의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도래할 디지털 시대는 공급자 위주 환경의 부산물밖에는 없을 것이다. 겉만 화려한 국내 스마트폰을 만지며 사용성에서 헤매고 있을 때 아이폰은 본질과 혁신의 결과물로 우리를 비웃을 것이며,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ㅆ'을 매번 Shift를 눌러가며 사용해야 하는 바보스러움을 여전히 바꾸지 못하고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것이다.

애플 아이폰 iOS7의 메타아이콘

스마트폰이 시작한 원격기술 혁명

2000년대 초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디지털카메라 제조사마다 치열한 화소 경쟁에 돌입했고, 경쟁은 곧 엄청나게 빠른 기술의 성장을 낳았다. 때마침 아이폰이 등장했다. 휴대폰, MP3, PMP, 전자사전 등 춘추전국이었던 휴대용 디바이스 시장은 스마트폰 하나로 통일돼 새롭게 재편됐다. 프레임리스(Frameless)와 슬림(Slim)이 트렌드인 스마트폰과 함께 카메라 모듈은 점점 더 작아졌고, 집적도가 높은 많은 기술이 스마트폰에 전부 탑재됐다. 이제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는 단순한 사진 촬영 도구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칩과 연동하는 BLE(Blutooth Low Energy)와 비콘의 결합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헬스케어, 쇼핑, 스마트홈,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디지로그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게임 할 때는 화면뿐만 아니라 사운드와 진동과 같은 청각•촉각 반응을 경험하지만, 다빈치를 조종할 때는 단지 극대화한 시각 반응만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이때 의사는 청각•촉각 등 햅틱 반응(Haptics, 컴퓨터 기능으로 촉각 및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 없이도 오히려 직접 두 눈으로 환자를 바라보며 맨손으로 수술할 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정확한 동작을 수행한다. 오로지 시각 반응만으로 디지털과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달성한다.

위부터. 삼성 갤럭시 엣지 초기 콘셉트 디자인

* 종이책을 넘기고 책갈피를 꽂는 습관이 익숙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한 디지로그 개념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디자인으로 필자가 직접 고안했다.

렌즈 기술 발전으로 날개를 단 내시경

의료 진단은 의사의 정밀한 관찰에 달려있듯, 내시경 카메라 렌즈 화질은 의사의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다시 말해 내시경의 생명은 화질에 있다. 내시경 진찰은 보통 조기에 병을 발견하기 위해 진행하기 때문에 렌즈 기술과 영상 표현력은 의사가 맨눈으로 보는 것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질병이 두드러지게 진행된 상태가 아니라면 내장기관 표면의 질감과 조직의 변이상태 등 아주 미세한 차이만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뿐만 아니라 좋은 장비를 사용했는지도 중요한 척도다. 따라서 내시경 카메라와 영상표현장치는 더욱 섬세하고 정확한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빈치를 이용한 수술 장면

컬러, 의사와 환자의 이미지 언어

앞으로 원격 진료를 통해 진단하는 시대가 열린다. 이제 환자의 건강상태를 원격공간의 영상만으로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영상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가 실제와 조금이라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면 언어 소통에 장애가 발생한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기술은 색상을 표현하는 지표를 무엇으로 삼는지에 따라 그 기준이 다양하며,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에 따라 명암비와 채도, 색 재현율도 모두 달라진다. 그러므로 뛰어난 화질의 디스플레이가 기술적으로는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단 하나의 표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구글 글래스의 가능성과 한계

이때 차세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의사에게 바쁘게 차트를 작성할 필요 없이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한 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2012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오그메딕스(Augmedix)다. 목표의 수단은 의사가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통해 환자를 진찰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는 바쁘게 차트를 작성하지 않을 수 있어 손에 자유가 생기고, 환자에게만 집중해 눈을 맞추며 소통할 수 있다. 이는 의사와 환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즉, 오그메딕스의 목표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해 시스템 오류를 극복하는 것에 있다. 사실 진료 시간은 환자와 의사의 시선이 교차하는, 원거리 통신이 아닌 '직접적인 연결'의 순간이다. 차트를 작성하는 시간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쉽게 단축할 수 없고, 대기 환자가 밀린 진료 상황은 의사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눈만 마주 보고 있다고 쉽게 진료 환경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오그메딕스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환자와 의사의 직접적인 연결 과정 사이에 구글 글래스를 대입했고, 그 결과 소모적인 인풋 시스템을 원거리 통신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볼 때 구글 글래스라는 필터를 거쳐 생산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엘린라이트 컬러테라피 LED

의료와 IT의 또 다른 만남 가능성

엘린라이트는 빛이 인체에 주는 생체학적, 심리적, 생물학적 영향과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엘린라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빛의 색깔에 따라 대뇌를 활성화하는 부분이 각기 달라서 컬러 자극을 통한 치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총천연색의 자연스러운 빛의 배합과 연출을 극대화해서 병원, 공공시설, 호텔, 유아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IT 기술은 다양한 의료 분야에 이미 녹아들어 새로운 의료 시대의 문을 활짝 열 것이다.

* 이 글은 (주)웹스미디어 <디아이투데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