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같은 5일 간의 돌고래 사냥 그리고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는 투표를 거쳐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 잔류를 결정하고, 다이지에서 잡힌 돌고래를 더 이상 들여오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2016-2017년 사냥철 동안 총 132마리의 큰돌고래, 1마리 파일럿고래, 18마리의 알락돌고래가 산 채로 포획됐다. 그 과정에서 459마리가 도살됐다. 일본 안에서 거래할 수도 없는 돌고래를 계속해서 잡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와 같은 돌고래 수입국이 있기 때문이다. 사냥 마지막 날인 25일. 돌고래 떼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그 순간 우리나라 울산에서는 남구청이 일본 와카나마현 다이지에서 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할 것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7-01-26     이형주

1. 이백 마리의 돌고래, 어망에 갇히다.

이 돌고래들이 가족임은 누가 보아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서로 애타게 부르는 소리, 가까운 곳에 머무르려 애를 쓰는 움직임이 코브를 가득 메웠다. 수면 밖으로는 어미 옆에 붙은 새끼들의 작은 등지느러미가 보였다. 얇은 그물 하나 너머에 삶과 자유를 두고, 돌고래 무리는 혼란 속에 갇힌 밤을 보냈다.

이렇게 돌고래 서른 마리의 운명이 바뀌었다. 24시간 만에 가족과 떨어져 평생을 콘크리트 수조 안에서 살아가야 할 돌고래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악몽 같은 경험은 단지 사람의 '즐거움' 때문이라는 것을.

전시용 돌고래를 포획하는 모습. 뒷줄 오른 편에는 아직 몸이 채 자라지 않은 새끼돌고래가 보인다. (사진:DolphinProject.com)

포획될 때 경험하는 폭력은 돌고래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사진:DolphinProject.com)

그물에 걸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돌고래 (사진:DolphinProject.com)

2. 탈출한 돌고래는 그물을 떠나지 못했다.

4일째가 된 월요일에는 결국 굶주림과 상처,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돌고래 두 마리의 사체가 물 위로 떠올랐다. 죽어서 물 밑으로 가라앉은 돌고래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돌고래의 모습도 처참했다. 옆으로 비스듬이 누워 힘없이 둥둥 떠 있는 돌고래, 입가에 토사물을 물고 있는 돌고래도 보였다. 스트레스로 머리를 낚싯배에 계속 부딪혀 피투성이가 된 돌고래, 어망에 몸이 감겨 있는 돌고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총 29마리의 돌고래가 생포됐다. 3일 만에 총 82마리, 무리의 절반에 달하는 돌고래가 잡혀간 것이다.

그물 밖으로 탈출한 돌고래가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 DolphinProject.com)

어망에 갇힌 지 5일 만에, 거대한 돌고래 떼는 반 동강이 난 채로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은 돌고래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날 살아남은 돌고래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진: DolphinProject.com)

3. 사냥 마지막날, 울산에서는 '다이지 돌고래 수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2016-2017년 사냥철 동안 총 132마리의 큰돌고래, 1마리 파일럿고래, 18마리의 알락돌고래가 산 채로 포획됐다. 그 과정에서 459마리가 도살됐다. 일본 안에서 거래할 수도 없는 돌고래를 계속해서 잡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와 같은 돌고래 수입국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획하려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돌고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 DolphinProject.com)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은 지자체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전시업체를 대변하는 이익집단인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조차도 포획 과정의 잔인함 때문에 자발적으로 다이지 돌고래 수입을 금지한 마당에,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수입 신청을 하고, 환경부는 허가를 내주고, 그 사실조차 입을 맞춰 쉬쉬하는 모습은 돌고래 포획만큼이나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 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24일 성명을 통해 '울산 남구는 돌고래 수입을 철회하고, 환경부와 해수부는 전시 목적의 고래류 수입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아직 1월이다. 사냥철이 끝나는 봄까지 몇 번의 사냥이 더 있을지 모른다. 새끼돌고래가 어미 돌고래와 함께 바다에서 헤엄치며 사는 것. 어린아이가 생각하기에도 당연한 이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결국 돌고래의 삶을 빼앗는 것도, 살릴 수 있는 것도 우리다. 우리나라 돌고래 수족관 관람석이 하나 채워질 때마다 어미에게서 떨어지는 새끼돌고래의 숫자도 늘어난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 이 글은 돌핀프로젝트(DolphinProject.com)의 다이지 사냥 현장 중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