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이 두려웠던 여성은 '운동'을 배운 뒤 인생이 달라졌다

2017-01-20     곽상아 기자

권민정 씨는 30살 이전까지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여자가 무슨 운동을 해?' '너는 운동 못 하잖아' 등등 체구가 작고 마른 민정 씨는 '어차피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민정 씨 표현을 빌리자면 "가해자가 힘이 세지 않았음에도, 저는 그보다 더 작고 (웃음) 힘이 없었기 때문에 뿌리치기 힘들었다". 천만 다행히도, 한동안의 실랑이 끝에 민정씨는 입을 막은 가해자의 손 틈을 벌려 '소리'를 있는 힘껏 질렀고.. 놀란 남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만 대응했던 것은 아닌가' 자책했다. 이런 생각은 꿈에도 반영돼, 비슷한 상황에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막막해하는 꿈을 꿨다.

3년 전 '여성 호신술'(Anti Sexual Assault Program)을 배우고, 주짓수를 일상적으로 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막상 피해를 당해보니, '가해자'라고 해서 무조건 힘이 센 것도 아니고,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무조건 '공포스러운' 상대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작고 말랐더라도 당시에 뭔가 기술을 알았더라면 '소리 지르기' 외에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었을 거예요.

물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 배운 기술들을 쓴다는 보장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소리 지르기' 밖에 없었을 때랑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때.. 그 마음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여성 호신술(ASAP)보조 강사로도 활동하며, '호신술'을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스스로 그어놓았던 한계선을 넘으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저는 운동을 하면서 확실히 덜 불안해졌어요. 한국에서 여자로 살다 보면, 몸을 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신체적 훈련을 할 일이 거의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내가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체를 잘 몰라요. 몸으로 부딪히는 훈련을 해보면 '내 몸은 뭐가 되고, 뭐가 잘 안되고'를 알게 되거든요."

치한이 성폭행하려고 할 때 물리쳤다거나, 그 사람을 제압해서 경찰에 넘겼다거나.. 이런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작은 승리를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큰 승리의 디딤돌이 될 테니까."

'나'라는 굉장히 좋은 도구를 손에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 도구를 쓸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선을 한 번이라도 넘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즐겁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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