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뒤집힌 세월호'를 보고도 4시간 동안 관저에 있었다

2017-01-11     원성윤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석명 요구에 따라 10일 내놓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은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청와대 참모들이 대면 보고 대신 서면으로 올렸다는 10여차례 보고서를 실제 박 대통령이 읽었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지난 3년 동안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국회 국정조사특위, 감사원,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등에서 공식 확인된 사실 관계조차 편의적으로 무시하고 짜맞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헌재는 “기억을 살려 당일 행적을 밝히라고 했는데 답변서가 그에 못 미친다. 세월호 사건 최초 인지 시점 등을 좀더 밝혀달라”며 사실상 퇴짜를 놓았다.

■ 보고서는 있는데 실제 검토는?

박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함’을 깨닫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가기 위해 ‘올림머리 손질’(오후 3시35분)을 하기 직전까지의 26개 행적 중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는 내용은 무려 14개(세월호 관련 11개)에 달한다.

박 대통령은 점심시간대인 낮 12시50분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의 기초연금 관련 통화 기록은 있다고 했다. 반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는 오전과 오후 7차례 통화에서 침몰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증명할 통화 기록은 누락했다. 정작 제일 중요한 자료는 빼놓은 것이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김 실장과의 통화 기록을 보강해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 박 대통령 “당일 오전 10시에야 참사 보고 받아”

(YTN)은 오전 9시19분 첫 속보를 낸다. 이어 모든 방송이 이를 받아 속보를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에야 관련 보고서를 처음 받았다는 기존 입장을 답변서에서 반복했다. 국민들도 아는 내용을 41분이 지나서야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방송들은 이런 장면들을 실시간 보도하고 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오전 11시20분에 받아 검토했다는 보고서에는 이미 선수만 남기고 모두 잠긴 세월호 선체 사진과 함께 “오전 11시 현재 474명 중 161명 구조” 등 상황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 식당에도 있다는 텔레비전은 유독 관저 집무실에만 없었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만 나서면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보지 않다가 “오보 탓”을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오전 10시 전에 텔레비전으로 (세월호 침몰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했다.

■ 감사원 조사도 무시한 오류투성이 답변

그러나 감사원 보고 등을 보면 자발적으로 출동한 해경특공대는 오전 11시35분, 출동 지시를 받은 목포122해양경찰구조대는 낮 12시15분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하지만 아무런 구조 활동도 하지 못했다. 오후 1시에 최초 투입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국가기관 등이 밝혀낸 사실관계조차 청와대는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의 모임인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박 대통령의 거짓말을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다. 헌재는 즉각 탄핵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