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연금폭탄' 제조법

2015-05-11     김병철

박근혜 대통령이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입장 자료’에는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여론을 의식한 자극적인 표현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는 김 수석의 브리핑 뒤 “1조원은 한 사람이 매일 100만원씩 2700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이라는 ‘수학적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수치는 향후 국민연금 보험요율을 65년 동안 한 번도 조정하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보장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 재원 부족 등에 따라 향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요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여야나 학계, 시민단체 등이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이런 고려 없이 단순히 2016년부터 208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재원을 누적 계산한 것이다. 수치를 부풀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반박자료를 내어 “청와대가 근거 없는 ‘세금폭탄론’으로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왜곡된 자료로 국민을 호도하는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내놓은 추산치는 단순 산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총 보험료 징수액은 32조6861억원으로 가입자 1인당 연간 197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가입자의 연간 부담액이 197만원에서 209만원이 늘어난 406만원이 된다.

청와대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원색적으로 급하게 여야 논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여론 흐름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편 수준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도 보험료 부담 등으로 인해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와의 통화에서 “김무성 대표가 ‘5월2일 여야 대표 합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뜻은, 공무원연금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되 국민연금은 어떤 숫자(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지 않고 사회적 기구를 통해서 (이를) 논의해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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