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로 선 21세기 디아스포라, 시리아

시리아는 6년째 학살당하고 있다. 외발의 새들에게서 나는 그들의 그림자를 본다. 위태하게 서있는 그들이 마음 놓고 두 발을 땅에 딛고 설 날은 언제일까. 외발로 선 21세기 디아스포라, 그들의 이름은 시리아다. 세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대에 우리는 연민의 감정을 넘어 우리의 특권이 제3세계를 착취한 결과는 아닌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시리아 평화를 위한 캠페인은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계속되고 있다. 탄핵 정국을 만들어간 시민의 힘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7-01-04     전쟁없는세상

글 | 동현(병역거부자)

"마지막 병원이 폭격을 당했어요. 내 가족, 친구들도 많이 죽었어요. 아이들......."

지난 12월 16일,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 시리아인을 비롯한 아랍인과 한국인이 모였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군과 함께 민간인을 향하여 무차별적인 폭격을 해온 러시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집회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서 모인 개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처음에는 서로 서먹했다. 피켓을 나눠 들고 멀거니 서 있다가 누군가의 제안으로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알레포를 폭격하는 러시아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규탄, 타국이 시리아에 개입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루었다. 전쟁희생자들의 참상만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시리아인도 있었다. 시리아를 그리워 할 때, 시리아를 자랑하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했다. 발언을 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던 시리아인을 생각하면 글을 쓰는 지금도 먹먹해진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러시아대사관 직원에게 성명서를 전달하였다.

인천공항에서 펼친 1인시위 사진. 미국, 러시아, 터키 등 현 시리아 상황에 책임이 있는 나라 대사관 앞에서도 동시에 1인시위를 진행했습니다.

24일은 토요일이라 모두 광화문에 모였다. 14시부터 20시까지 6시간 동안 진행했기 때문에 기자회견 때처럼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을 수 없어 인형으로 퍼포먼스를 했다. 낮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꽃을 던져두고 밤에는 촛불을 켰다. 가만히 서있다 보니 제법 추웠다. 맨손으로 피켓을 들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한 시민이 말없이 장갑을 손에 쥐여 주고 떠났다. 어떤 이는 따뜻한 캔커피와 청포도맛 사탕을 주고 갔다. 시민들이 들고 있던 촛불을 하나둘 놓고 가서 인형 주변이 환하게 밝아질 때는 속에서 무언가 치받아 목이 메기도 했다. 이따금 시민들이 조용히 묵념을 하면 나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피켓팅을 하면서 시민들과 교감하고 함께 연대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주말 촛불집회에 시리아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해뒀는데,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였고, 촛불을 놓고 가거나 묵념을 하고 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