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지혜 3가지

2016-12-30     PyungSeok Koh

지난 12월 13일부터 14일 사이에 ‘서울은 미술관’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서울 공공미술 현주소를 진단하고, 예술이 도시의 삶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토론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공미술을 제안하는 기회가 되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지금까지 미술은 우리에게 다소 멀리 떨어진 존재였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일에 미술을 적절히 활용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기업인들이다. 미술작품이 기업 경영뿐 아니라 우리 삶을 경영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봤다.

1. 예술 작품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욕구를 읽어낼 수 있다.

“…. 일반인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를 예술가는 찾아준다. 예술가가 보여주는 이 세계란 예술가의 창조적 시각과 혁신적인 상상력이 빚어낸 새로운 세계다. 창조도 습관이다. 이런 작품을 자주 만나다 보면 일상의 세계를 보는 눈도 크게 달라진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이 서서히 그 본래 모습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세계가 나타난다. 피카소가 “예술은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이라고 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술 작품이 던지는 이 같은 지혜의 눈을 얻게 되면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욕구를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경영 활동에 예술의 창의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오다가 최근 창조경영이 화두가 되자 예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이런 이유로 보아야 할 것이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존 마에다(John Maeda) 총장은 예술의 창조성이 21세기를 가르는 최대의 승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예술가나 과학자들의 사고구조를 분석하여 ‘생각의 탄생’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도 이렇게 말한다. “창조경영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이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창의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책 ‘미술관에 간 CEO’, 김창대 저)

2. 모호함이 때로는 필요하다.

“모호함은 기존 가치 경계를 파괴하여 모든 기준을 백지 상태로 되돌린 것을 의미한다. 경계가 파괴된 원점의 백지 상태는 새로운 공간을 가지게 된다. 모호함이 가져다 준 이 새로운 공간에서 시인은 시를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과학자는 새로운 법칙을 창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모호함의 세계란 창조를 위해 날개를 펴는 상상의 유희 공간이다. ….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모호함의 미학’을 게대로 보여준다. 편광필름 기술을 개발한 에드윈 랜드(Edwin Land)는 네 살까지 딸에게서 “왜 사진을 지금 볼 수 없나요?”라는 투정 섞인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어린 딸의 단순한 질문은 랜드에게 사진 현상에 대한 기존의 가치 경계를 허무는 순간이 되어 주었다. 말하자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서 모호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공산에서 상상력을 동원함으로써 결국 사진 기술에 일대 혁명을 몰고 온 폴라로이드를 개발했다. …. 모호함이란 기존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이다. 기존의 연결고리란 과거의 해법, 즉 문제를 풀기 위해 예전에 제시됐던 솔루션이다.”(책 ‘미술관에 간 CEO’, 김창대 저)

3. 평범함 속에 카리스마가 있다.

“프랑스의 현대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Cesar Baldaccini)의 작품 ‘엄지손가락’은 우리 몸의 아주 작은 일부인 엄지손가락만을 확대한 작품이다. 88올림픽을 기념해 서울 잠실올림픽공원에도 설치되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좀 특이한 모습을 가졌거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을 소재로 삼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너무 평범한 소재 아닌가?’ 스트라빈스키의 말대로 발다치니는 이 작품을 통해 평범한 곳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다. 엄지손가락은 우리 몸의 일부이니 생물학적으로야 물론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익숙하고 평범하다 보니 애써 특별한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게 된다. 애써 들여다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한 발다치니는 엄지손가락만을 따로 떼어내어 사람들 앞에 세워두었다. 그것도 12미터 높이의 대형 조형물로 말이다. …. 1938년 헝가리의 신문기자 라슬로 비로(Laszlo Biro)는 만년필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매번 잉크를 넣는 것이 귀찮은 데다가 공들여 쓴 기사에 잉크가 묻거나 펜촉에 종이가 찢어져 낭패를 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날 그는 아이들이 구슬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았다. 비에 젖은 구슬을 땅에 던지자 자국이 남았다. 영감이 떠오른 그는 화학자인 동생과 함께 금속베어링이 달린 펜을 만들어냈다. 볼펜의 탄생이었다.”(책 ‘미술관에 간 CEO’, 김창대 저)

평범한 것은 우리 삶에 흔하다. 그런데 평범함 속에서 카리스마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미술가들은 그런 작업을 해낸다. 위에서 예로 든 엄지손가락도 대표적 예다. 그렇게 제작된 작품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시야를 열어준다. 기업 경영, 더 나아가 우리 삶을 경영하는 데도 평범한 것을 허투루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그 속에 비범함이 감추어져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찾아낼 때 제대로 된 해답이 보이게 된다. 미술가들의 시선은 이렇듯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