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정권교체, 서로 상충하는 가치 아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개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은 국민과 지식인, 언론은 '적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사실 분명한 것은 87년 헌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대로 '수명'을 다했고, 노 전 대통령이 담화를 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대한민국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2016-12-29     임형찬

2007년 1월 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특별 기자 회견을 했다.

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훼손합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또한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임기 후반기에는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심하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에게 이 제안을 드립니다. 저는 지금부터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들을 것입니다.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의 범위 안에서도 바람직한 개헌의 내용에 관해서도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야 할 뚜렷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 의제에 소극적이었다. 또한, 박근혜 현 대통령 직무정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사한 내용의 개헌을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임기 중 회피하다 "jTBC"의 박근혜 게이트 보도 이전에 개헌 카드를 꺼냈다. 그야말로 국면 전환용으로 쓴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87년 이후 언제나 지역주의 청산과 선거구제 개편 등의 개헌론자였다. 하지만 그 또한 대통령에 당선되고 임기 초기에 개헌 드라이브를 걸 수 없었다. 바로 권력이란 온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사람은 개헌을 '정략적'이라고 표현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개헌은 그 자체가 본디 '정략적'이다. 바로 국가의 근본적 시스템을 재편(reform)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노예제도와 수정헌법을 두고, 정당사의 변화와 남북 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국가는 개헌이라는 의제를 두고 홍역을 앓았다.

또한, 혹자는 개헌은 곧 내각제라고 생각해서 '내각제'를 통한 기득권의 영구집권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되며,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현 정국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내각제가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대선 주자가 '차기 정부'에서 논의를 한다는 입장의 공허함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대권 주자는 개헌을 공약으로 약속했지만, 그 누구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5년 단임제의 폐단은 지속해서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념적 선명성과 차별성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2012년 새누리당을 생각해보자.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새누리당은 복지 의제가 다수가 되자 재빨리 복지 공약을 내세워서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끌어냈다. 바로 정책적 차별성을 줄여, 상대의 강점을 약화시켰다.

또한, 새누리당 비박계가 개헌 의제로 살길을 도모한다더라도 그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개헌 의제가 아니라 3년 뒤의 총선이 된다. 본격적으로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 의제를 선점하고, 최대한 합의될 수 있는 개헌 의제를 야권 대권 주자들이 합의하여 공동 전선을 구성하는 데 있다. 그것이 바로 제3 지대의 출현을 막고, 야권 공조를 통해 '87년 야권 분열'로 미완의 혁명에 머물렀던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개헌과 정권교체는 서로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

리얼뉴스에 게시된 기사입니다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방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