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영혼 없는 공무원' 단죄하려는 배경

2016-12-28     곽상아 기자
ⓒ뉴스1

국민연금 수천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배경에는 그간 ‘윗선의 지시를 무슨 수로 거부하느냐’는 공무원 논리를 방패막이 삼아온 관료들의 ‘유체이탈죄’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참모 등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범죄뿐만 아니라 이들의 위법한 지시를 적극 이행한 각 부처 ‘늘공’(직업 공무원)들도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조남권 국민연금정책국장(현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 이태한 인구정책실장(퇴직)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삼성 합병 찬반 여부를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안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겨 결정하는 방안의 장단점을 모두 검토하고 있었다. 기금운용본부는 합병 찬성 결정(7월10일)이 있기 불과 보름 전 심사한 에스케이(SK)그룹 합병 건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판단하도록 했는데, “합병 비율이 에스케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삼성 합병 건에 대해서만 유독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데 굳이 외부에 맡길 이유가 있느냐”며 압박했고, 결국 국민연금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다.

“말단 직원들도 아니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고위직들이 ‘위에서 지시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가에 퍼지는 ‘동정론’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특검팀 관계자는 “영혼을 던지고 그 대가로 출세하는 공무원들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영혼을 던지는 것 자체가 엄청난 범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부당한 지시를 받고도 별다른 이의 없이 따르고 승진 등 각종 혜택을 받은 이들을 단죄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 합병을 성사시킨 문 전 장관은, 메르스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경질됐지만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실무를 맡았던 최홍석 당시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