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만들어진 네이버·다음의 무시무시한 지침

2016-12-25     곽상아 기자
ⓒNaver

[업데이트: 1월 13일 오후 3시 10분] 이전 버전의 기사에서는 '네이버와 달리 다음에는 행정·사법기관의 영향을 열어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나와 있었으나, 다음 역시 해당 지침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해당 부분 등을 수정하였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가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지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네이버는 자체 판단과 이용자 신고 등을 이유로 하루에 수천 건에 이르는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를 제외하고 있으며, 대학이나 기업 등의 요청으로 특정 키워드를 제외해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여론을 검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지난 19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네이버가 올해 1∼5월 임의로 제외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총 1천408건으로, 하루 평균 약 9개였다.

외부 검증을 받지 않는 다음은 이런 수치조차 공개하지 않아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없다.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정 키워드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은 이에 대해 "2012년 KISO의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이라며 "실제로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을 받아 검색어 순위를 제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설령 회사 측 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더라도 규정 자체가 포괄적이며 오해나 악용의 소지가 있어 권력기관이 일반 이용자 모르게 실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쓰일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행정기관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검색어를 제외할 수 있다는 네이버의 내부 지침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구조화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예를 들어 범죄 수사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 등이 실검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공식 요청하는 등의 상황에 대비해 이런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25일 오전 연합뉴스 보도 직후 말 바꾸기에 급급했다.

문구 자체에 오해와 악용의 소지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다음은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으로 실검 항목을 제외하는 내부 지침이 없다고 설명했다가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업계 공통의 지침이 있다고 뒤늦게 밝혔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 인터넷 사업자들이 2009년 업계 이슈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 네이버는 2012년 노출 검색어 조작 논란이 벌어지자 이 단체에 검증을 맡기기로 했고, KISO가 구성한 1기 검증위원회는 2013∼2014년 네 차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2차 검증위원회는 올해 4월에 구성됐으며 12월 19일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KISO의 검증보고서 전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