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을 위한 변명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구술 면접은 각종 인문학 독서, 토의토론, 스피치 훈련을 받은(주로 사교육을 통해) 학생이 유리하고, 학종은 생활기록부에 다양한 볼거리, 즉 스펙을 많이 넣을 수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공격이 이어지다 보니 학종을 부잣집 아이들이 시험이라는 관문을 피해 쉽게 명문대학 가는 지름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시험 쳐서 대학가는 방식으로는 가난한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사교육을 못 받으면 감당할 수 없는 방법으로 대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16-12-23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뉴스1

글 | 권재원 (성원중 교사/실천교육 교사모임 고문)

대통령 탄핵 표결을 바로 앞둔 12월 7일은 대입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또 지금 서울대학교를 필두로 수시 합격자 발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아직까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정시 모집에 지원할 것이다. 이렇게 용어 뜻만 가지고 말하면 마치 특별한 일부의 지원자만 수시로 뽑고 나머지 대부분은 정시로 뽑는 것처럼 들린다. 어른들 정서에는 수능 점수를 가지고 한 줄 세워서 커트라인으로 자르는 정시가 제대로 실력을 겨루는 대학 입시처럼 보이며, 이런 저런 서류 제출하고 면접해서 뽑는 수시는 제대로 실력을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어느새 우리나라의 대학입시가 사실상 바뀌었다. 학력고사든 수능이든 시험을 쳐서, 그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전통적인 입시는 이제 20% 남짓한 지분만 남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서류전형(학교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 구술/면접/실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수시가 가장 전형적인 대학입시가 되었다. 흔히 일반인과 언론은 이를 학종(학교 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이라고 부른다. 학종은 내신성적뿐 아니라 생활기록부 전반을 두루 검토하고, 학생의 자기소개서, 교사의 추천서 등을 참고하여 해당 학생의 적성, 자질, 리더십, 학교생활, 인성, 기타 모집단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기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평정 방식을 말한다.

그들의 일그러진 자부심을 질타하는 진보 언론 역시 학종을 공격하면서 결과적으로 정시를 옹호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정시는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 잘치면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수시는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구술 면접은 각종 인문학 독서, 토의토론, 스피치 훈련을 받은(주로 사교육을 통해) 학생이 유리하고, 학종은 생활기록부에 다양한 볼거리, 즉 스펙을 많이 넣을 수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학종이 아니라 학력고사 시험 한 번으로 대학 입학을 결정짓던 시절에도 이른바 강남 8학군 학생들의 진학률은 다른 지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서울대학교를 예로 들면 전체 신입생 중 강남 8학군 출신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학종도 없고, 사교육도 없었던 1985년으로 1만명 당 서울대 입학생 숫자가 전국 평균의 4배나 되었다. 이 비율은 각종 수시입학이 확대되면서 사교육이 활성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5배 정도로 줄어들었다.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방식의 입시야말로 가장 '강남친화적'인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런 능력들이 수능과 같은 시험이라는 방법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시험이 실력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능력을 평가하려면 실제 그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 생활하는 과정, 문제에 직면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학 입학사정관이 미리 어떤 학생을 점 찍어 놓고 몇 년간 관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교 교사가 몇 년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한 생활기록부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종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기록만으로 학생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으니, 좀 더 정밀한 평가를 위해 구술, 면접, 기타 각 모집분야별로 특색있는 평가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시험은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학종에서 유리한 생활기록부를 만드는 방법은 별다른 것이 없다.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 시험에 들어가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비교과 활동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교사, 특히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분야의 교과 교사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 특히 선행학습을 많이 한 학생은 오히려 학종에 불리하다. 아무래도 학원 때문에 학교의 각종 활동을 등한시하기 쉽고, 미리 배운 내용 때문에 수업시간에 소극적이거나 비참여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