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게 보낸 '박근혜 편지' 풀리지 않은 의혹 세 가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7월 13일 김정일 북한위원장에게 보낸 편지가 박사모 카페에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제목은 '문재인 비서실장 당시 북측에 올린 편지(문재인은 안됩니다)'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보낸 편지가 문재인 전 의원이 보낸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박사모 카페에 편지가 올라오자 '종북' '빨갱이'라는 댓글은 물론이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도 달렸습니다.

2016-12-19     임병도
ⓒ연합뉴스

박사모 카페에 편지가 올라오자 '종북' '빨갱이'라는 댓글은 물론이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도 달렸습니다.

'엄청 조심스럽게 존경하는 것 같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박사모'를 비롯한 자칭 보수 세력의 비상식적인 모습은 우리가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종북은 정치 세력을 쳐내기 위한 완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방북할 당시 상황 등은 지속적으로 의문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대북 비선라인 시사했던 박근혜'

2004년 박근혜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가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의 발송 일자는 2005년 7월 13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일 년 전인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북한과의 비선라인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표가 북한과 남한에 있는 적십자 전화나 공식 핫라인 전화를 이용해 김정일과 연락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철저하게 독자적이면서 개인적으로 김정일과 연락이 가능하다고 시사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대인접촉,정보수집,정보열람,방북 등은 철저하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북한과 연락할 수 있다는 발언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적과의 내통'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런 주장으로 수사기관이나 사법부로부터 어떠한 수사를 받았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박근혜 독일 방문 시 김기춘에게 10만 달러를 줬다는 성완종'

2006년 박근혜 전 대표의 독일 방문시 함께 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이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봤더니, 실제 2006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일을 함께 갔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김기춘 전 법무장관과 최경환 의원, 심재엽 의원 등과 함께 독일을 방문해 독일 총리와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재독 한인회 등을 방문했습니다.

2006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일 방문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독일 방문은 거의 대통령급의 행사와 같았습니다. 경비가 적잖게 소요됐을 것으로 봅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본부가 경비를 제공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대선 출마 선언 때 박근혜 곁에 있었던 최순실'

2006년 독일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박근혜 대통령. 당시 최순실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TV조선 캡처

윤남수 전 독일한인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크푸르트의 한 한인식당에서 출마선언을 할 때 온 사람이 "한국에서는 뭐 정윤회씨하고 최순실씨하고 박 대통령. 그 당시에는 박 의원이지."라고 밝혔습니다.

주간경향은 유럽코리아재단의 방대한 문서를 지난 3월에 입수했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유로파이터 관련 회사가 국정원의 압력을 받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갑자기 록히드마틴의 F-35A로 기종이 변경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MB국정원이 사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소송과 특검은 단순히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 아닙니다. 비선실세가 움직이고 불법과 정치 공작을 통해 대통령이 된 범죄자에 대한 국민의 정의로운 심판이 돼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5년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명의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천보 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평양에 건립을 추진했던 "경제인 양성소"등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맺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